단지 사람으로 살고 싶다
초딩, 신입생, 신병, 초보운전, 초짜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봄나물처럼 싱싱하고 상큼하고 발랄하고 귀엽고 무서움 모르는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초보 장애자도 저 눈부신 언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전부터 우기기 하나는 자신 있었으니 일단 목소리 높여 들이대고 보자.
호적의 잉크는 얼추 말랐지만 살다보니 꿈속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복지 카드라는 걸 받아들게 되었다. 손가락에 검은 잉크가 듬뿍 묻어나올 정도로 따끈따끈한 놈으로 말이다.
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장애가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장애가 생기고는 또 생긴 그대로.
강호는 크고도 넓어서 어디든 절정 고수는 숨어 있게 마련이다. 장애인계도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장애를 훈장처럼 달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일부 고수들에게 장애는 아주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장애를 검색하면 다양한 연관 코드가 나온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먹을 게 있으니 너도 나도 달려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 당사자에게도 떡고물쯤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착각이라 말해 드리고 싶다.
장애를 얽매는 수많은 규정, 차가운 비 장애의 시선, 징징거려야만 인심 쓰듯 겨우 하나쯤 없애주는 건물의 턱. 어떤 유형의 장애든 일단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많은 경우,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하지만 고수들에겐 장애인의 수가 늘면 늘수록 그와는 다르게 윤택함이 보장된다.
장애 이전에도 사실 내가 겁이 없기는 없었다. 하물며 초보 장애자인 내게 겁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다. 옛 말에 이르기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하였다. 겁 없이 들이대는 초보 장애자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도낑개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무조건 들이댄다 말하셔도 할 수 없다. 서두에 말했듯, 새내기의 덕목 중 가장 큰 덕목이 바로 겁 없음이다.
여성과 어린이와 노약자는 보호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보호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세상의 벽이 너무나 높고 힘겹다. 장애로 인한 눈물, 고통은 장애인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가 연대책임을 지고 함께 나누어야 할 사회의 몫이다.
가짜 장애인만 없어도, 장애인 없는 장애인 차만 없어도, 장애로 먹고 사는 장애 상인만 조금 덜 먹어도, 규정에 얽매인 철 밥통 공무원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복지 재벌로 불리는 장애인 단체들이 음지에서 양지를 구현하는 마음이 정말 조금만 있어도 장애가 결코 불행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진정 하룻강아지 같은 초보 장애인만의 바람일까?
하나씩 알아가는 장애인의 삶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나의 바람은 복지도 우대도 차별도 아닌 그저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뿐인데 말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칼럼니스트 정영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