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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은 결함있는 인간?2008-02-2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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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속 장애인 VS 미디어 속 장애인
장애인미디어 제작진 관점 분석-3

지난번 칼럼에서는 미디어의 의미와 우리사회 각종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장애인의 모습이 양적으로 매우 적으며 질적으로도 장애인의 다양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미디어매체의 제작진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장애인의 수많은 삶의 모습 중에 유독 장애만을 집중해서 묘사 하려 할까.

그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에 기인 한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유형에 따라 신체나 정신의 기능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장애인에 비해 월등히 인구수가 많고 사회의 모든 부분을 이끌어 가고 있는 비장애인들은 차이를 인간의 다양한 개성중의 하나로 보지 않고 우열을 매기게 된다. 비장애인들만이 완전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인간의 표준이며 장애인들은 어딘가 결함이 있는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표준에서 벗어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규정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장애인은 표준인간, 장애인은 결함 있는 비장애인’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 간의 인식이나 관습으로 전환되어 "장애인은 결함 있는 비장애인이란 장애인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정착되게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장애인과 관련된 각종 불합리한 제도로 만들어져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형편없는 삶을 강요당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론 입소문이나 각종 관습, 온갖 미디어를 통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편견이 장애인의 진실 된 모습인 냥 인식 시켜주고 있다.

먼저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장애인은 결함 있는 인간이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예전에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했던 바x, 병x, 귀머xx 등의 어휘들은 사람들 사이에 욕으로도 쓰여 왔고 절름xx경제, 장x코끼리 만지기 등의 표현으로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어 왔다.

또 방송이나 영화, 신문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들은 사회에 올바른 장애인 인식을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회의 장애인 관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나 연구 없이 기존의 사회통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나 각종 드라마, 말아톤과 같은 영화들에서 장애인들을 등장 시킬 때 장애인이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오로지 장애인이 결함이 있는 존재라서 그런 것임을 증명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결함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려 장애 때문에 본인과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며 힘들어 하는 지에 대해서는 집요 하리 만치 자세하게 보여주어 장애인이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장애를 극복하면 박수를 보내지만 극복을 못하는 장애인들은 사랑으로 도와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전생에 죄를 지은 것에 대한 업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미디어 속의 장애의 아픔만을 강조하는 장애인의 모습은 비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평소에 접할 길이 거의 드문 우리 사회 현실에서 사람들에게 장애인은 결함 있는 사람으로 비장애인의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란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과 관련된 제도를 보면 정부에서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비장애인은 표준인간, 장애인은 결함 있는 인간으로 비표준 인간이란 인식을 기준으로 사회는 표준인간이 살아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단지 장애인들만이 적응을 못하고 있는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이 사회에서는 살아가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여 수용시설들에 한꺼번에 모아 사회와 격리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수백군대가 넘는 장애인 수용시설이 존재하며 세계에서 가장규모가 큰 장애인수용시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다고 뽐내고 있다.

한편으론 장애인의 교육이나 부양은 장애인은 결함 있는 인간으로 장애는 개인의 책임이란 인식을 근거로 사회의 책임 없음을 주장하며 장애인 개인의 노력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전가 시켜왔다. 그래서 90년대 까지도 전국의 많은 학교에는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나 장애인 화장실 등이 거의 전무해서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면 초등학교부터 10 여년 이상을 업어서 통학을 시켜야 했고, 시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 등을 둔 부모들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는 전국에 몇몇 특정지역에만 특수학교가 있으므로 고향을 떠나 그곳으로 이주를 해야 했다. 이러한 가혹한 환경을 감당할 수 있는 장애인 가정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었고 아니면 교육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인의 학력을 비장애인에 비해 형편없는 현실로 만들었다. 장애라는 핸디캡에 학력까지 형편없다면 학벌위주의 우리사회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 이다. 이밖에도 사회는 기존의 장애인 인식을 근거로 수많은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들을 만들어내어 장애인의 삶을 비장애인에 비해 아주 열악한 지경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을 둘러싼 온갖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에 대해서 80년대 중반까지도 장애계에서는 사회구조적인 시각이 아니라 장애인 대학입학거부나 취업 거부 등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대응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88년 장애인올림픽을 전후로 하여 개별적이고 지엽적인 운동에서 사회구조적인 운동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때부터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온갖 차별 속에 열악하게 살수 밖에 없는 것은 장애인이 문제가 있는 존재가 아니라 불합리한 사회구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즉 장애인은 결함 있는 인간이라서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비장애인 위주로만 맞춰 있기 때문이며 사회구조를 장애인에게도 맞게끔 바꾸면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 하였다. 그래서 장애인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각종제도 투쟁을 벌이고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증진시키는 등 장애인에 맞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관련 제도 투쟁 부문은 80년대 후반부터 사회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전환한 반면, 기존의 구태의연한 장애인식을 전파하고 있는 각종미디어에 대해서 장애계는 지금까지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미디어비평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장애인단체는 전무하며 장애인 단체 중에 미디어비평전문 부서가 있는 곳도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 미디어비평 운동을 하는 3곳도 전문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서의 간사가 자신이 하는 여러 업무 중에서 한가지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 질수 밖에 없고 운동성도 약해서 장애계에서는 미디어비평운동에 대한 인식이 거의 확산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각종미디어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만 맞춰져 있는 사회구조 때문에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구닥다리 장애인관인 장애인은 결함 있는 존재로 장애는 개인의 책임을 계속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전파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게 되고 사회에서 장애인 관련 제도를 만드는데 반영되는 악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칼럼니스트 심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