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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진흥회, 장애인계 성장도구로 써 달라”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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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열 총장, “장애인단체들이 더 많이 간섭해주길”
“곧 장애인개발원 전환, 앞으로 2~3년은 준비기간”

[릴레이인터뷰]③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김정열 사무총장(하)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장애인체육 업무를 대한장애인체육회로 넘긴 이후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고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하지만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정한 역할과 사업의 범위를 두고 장애인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역할을 넘어서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복지관의 역할에까지 혼돈을 준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순수한 연구단체로 남아야한다는 장애인단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설계·추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2월 26일 진흥회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김정열 사무총장을 만나 정체성 논란에 대한 입장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물어봤다.

백종환: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에서 장애인단체 모니터링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

김정열: 오해다. 아마도 ‘고객만족도 조사사업’을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 노무현정부의 재정지원방식중 하나가 제로베이스다. 과거에 예산에서 얼마를 덧보태 주는 방식이 아니라, 제로로 출발해서 효과성을 따져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경영평가, 고객만족도조사 등을 실시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장애인단체도 이러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과평가와 경영평가를 해서 잘한 곳에 더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만족도 조사사업은 진흥회가 직접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능률협회라는 전문협회에 계약을 통해 의뢰한다. 진흥회는 단지 예산만 지원할 뿐이다. 전혀 개입됨이 없다. 능률협회에서 진흥회가 취합한 자료를 기반으로, 정책이나 사업이 잘 실시되고 있느냐를 고객에게 물어 유추해 나가는 것이다. 이 평가결과는 장애인단체 예산을 배분할 때 참고 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진흥회는 장애인단체에 대한 평가기능을 부여받지 않았을 뿐더러 모니터링 할 자격도 없다. 장애인단체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하면 마땅히 나서야한다. 하지만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은 진흥회가 할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들이 진흥회를 평가해야 한다. 공공의 재산인 세금을 가지고 운영되고, 법적 역할도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질타를 하면 달게 받아야하는 입장이다. 진흥회가 장애인단체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진흥회가 체육업무를 대한장애인체육회로 이관한 이후 다양한 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에이블 2010 일자리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데, 복지형·공익형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이 급여수준이 낮아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진흥회에서는 실제적으로 이 사업의 효과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김정열: 아직 효과성에 대한 정식평가를 하지 못했다. 곧 사업평가를 실시하게 될 것이다. 일단 반응은 좋다. 특히 공익형은 초기보다는 6개월이 지난 현재가 훨씬 반응이 좋다. 급여가 85만원 수준인데, 도시에서는 적은 액수지만 시·군·구로 내려가면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니다. 생계를 책임질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급은 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정부지원을 받는 것보다 급여도 크고 자부심도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1년 이상 일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하는데, 퇴직금에 대한 예산은 없다. 보통 일자리형 사업은 퇴직금 없이 딱 12개월분의 월급만 나온다. 만약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12개월 중 1달은 비어야한다. 그래서 연장근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 일에 참여했던 분들은 다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높다. 연장 근무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9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공익형 일자리의 목표는 이 직업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일하기를 원한다는 대답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다른 직업을 찾아갈 준비가 아직 안됐다는 말이다. 사업에 참여했던 장애인들이 일반고용이 될 수 있도록 교육·안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작업들이 수반돼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사실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장담도 할 수 없다. 만약 공익형 일자리 사업이 계속된다면, 별도의 계획을 수립해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 계획이다.

‘복지형’은 20만원으로 급여수준이 매우 낮다. 도시인이나 근로자들은 ‘20만원’이라고 하면 비웃을 것이다. 또한 3천명이라는 대상인원과 3개월이라는 기간도 굉장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최근 주택개조사업을 위해 지방현장을 다니면서 저소득층 장애인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은 취업은 고사하고, 외출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해 복지형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당장 취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20만원이라도 지원을 하면 보호작업장이나 가내수공업 등을 통해서 근로능력을 키울 수 있다.

원래 일하던 사람을 위해 만든 일자리가 아니다. 그야말로 직업적 경험이 없거나, 사업주가 장애를 이유로 채용하기 주저하는 경우에 체험적으로 일을 해보는 것이다. 이때 차비와 점심값 수준으로 지원하는 하는 것이다. 일단은 집밖으로 끌어내는데 목표가 있다. 집안에만 있던 장애인들을 발굴해내고 지역사회로 끌어낼 수 있다면, 돈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급여를 높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액수가 커지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백종환: 진흥회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항상 강조해왔다. 전달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나?

김정열: 복지전달체계의 체계화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단독적인 전달체계가 필요하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 같다. 사회복지전달체계 속에서 장애인전달체계가 갖춰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계층별 전달체계를 각각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할까? 아니라고 본다.

현재의 문제는 사회복지전달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지자체가 전달체계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행정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지자체 공무원 체계를 살펴봐도 전문성이나 개별적 역량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국가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편계획을 수립하면, 그 틀 안에서 장애인계층에게 적합한 전달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계에 대한 전달체계를 준비하는 역할을 진흥회가 맡을 수는 있겠다.

백종환: 그렇다면 진흥회가 독립적으로 각각 지방에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지방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 있나?

김정열: 정부가 사회복지체계를 개선한다는 전제를 두고,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는데 그 체계를 한꺼번에 갖추기가 힘들다면, 진흥회가 동의를 받아 지방조직을 운영할 수는 있다. 물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실 복지서비스 행정의 말초까지 가보면, 장애개인은 생활 속에서 동사무소 직원과 맞닥뜨리게 된다. 공무원이 연결해주지 않으면 복지서비스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문에 아무리 기사가 나고, 국가가 나서서 홍보를 해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른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전달체계가 갖춰진다면 다 찾아낼 수가 있다.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당연히 이용자를 발굴해서 혜택을 줄 것이다. 집에만 누워있던 장애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지역사회에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체계가 아니고서는 사실 이뤄내기 힘든 일이다.

물론 장애인단체가 사업을 통해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겠지만, 지역 곳곳에 찾아다닐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지역의 복지관들도 마찬가지다. 찾아오는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때문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기 위한 공식적인 전달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백종환: 진흥회 지방조직의 필요성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장애인계의 합의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논의하는 자체가 조심스러운 것인가?

김정열: 조심스러울 이유는 없다고 본다. 조심스러워야 할 이유가 있다면 장애인단체나 장애인복지관의 역할을 뺏어간다는 것인데, 체계화된 전달시스템은 단체와 복지관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이러한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겨우 명맥만 유지해왔다.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도 더 다양해지고 커질 것이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오면 장애인복지관은 이용자들이 많아져 활성화될 것이고, 장애인단체들도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해서 보다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운동도 구호적인 방식에서 실질적인 방식으로 바뀌고, 현장의 목소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종환: 이룸센터가 장애인복지종합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복지센터의 기능이 아니라, 장애인단체들의 사무실을 모아놓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다 실용적인 활동방안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김정열: 노무현 정부의 공약사항은 장애인복지종합센터라기 보다는 장애인단체회관에 가까웠다. 당초에 장애인단체들이 요구했던 것도 장애인단체들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회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종합복지센터는 보건복지부의 기획이었다. 그런데 장애인단체들에서 “왜 서비스 건물로 만드느냐, 열악한 단체들을 지원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장했던 것인데 오히려 변질됐다”며 본래 의도대로 되돌리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현재의 모양이 나왔다.

또 장애인단체 사무실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실, 세미나실 등 단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3개 층이나 있고, 필요하면 더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체사무실로만 한정된 기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 신생 장애인단체와 새로운 영역들이 생겨날 것인데, 물리적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부분을 이룸센터에서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단순한 사무실 기능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종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 신청률이 낮다. 규정을 완화할 계획은 없나?

김정열: 입주규정은 계속 완화될 것이다. 관련 규정들은 운영위원들이 결정을 하도록 돼 있다. 나도 운영위원 중 한명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주장을 할 것이다. 또한 운영위원들의 기본 방침도 점차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것이다. 소수의 단체들만이 독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명색이 규모가 있는 조직인데 아무렇게나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규정을 만들고 일정한 기준 하에 배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모두 개방될 것이라고 본다.

백종환: 지난해 추진했던 장애인사회참여평가단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같은데.

김정열: 장애인사회참여평가단은 보건복지부의 조직이고 진흥회는 간사단체를 맡아 운영한 것이다. 이 평가단은 정책을 개발하거나 실체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책평가만 하는 것이다. 이 평가단은 장애인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 실적에 대한 평가야 다른 전문기관에 맡겨서 하면 되지만,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당사자들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소비자 중심적인 평가를 실시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장애인들이 참여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보건복지부의 이름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들이 정책을 평가하다보니 보건복지부 이외에도 다른 부처의 정책까지도 평가하게 된다. 물론 주관성이 강한 평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객관석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는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

백종환: 유시민 장관이 이 평가단에 대해 처음 소개할 때 "장애인의 특수성과 감수성이 반영된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찾아내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쌍방향적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구성한다"고 역할에 대해 거창하게 말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발표된 평가결과는 단 3개뿐이다.

김정열: 장관이 바뀌다보니 전임 장관의 의지가 조금씩 퇴색이 된다. 또 조사를 한 것도 밝히지 못한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이름으로 발표가 되는 사안이다 보니, 너무 주관적인 평가라든가 명확하게 얻어맞을 만한 평가는 발표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한계점이다.

원래는 보건복지부와 진흥회는 정책적 지원만 하고 장애인단체들이 직접 운영해고 해야 하는데, 장애인단체들도 실망을 많이 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잃었다. 처음에는 반향이 컸다. 장애인정보접근에 관한 실태조사를 했을 때 정보통신부 쪽에서 ‘같은 부처끼리 어떻게 이러느냐’며 항의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복지부가 직접 나서서 발표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타 부처와 크게 부딪히고 장관이 교체되면서 조금 소극적으로 바뀐 경향이 있다.

사실 단체들도 너무 힘들다. 장애영역별로 다 평가에 참여해야하는데, 단체 내부의 업무도 많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평가단의 가치는 높게 본다. 활성화되면 효과성은 물론 평가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올해 다시 한 번 추진해보고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작년에 이 사업을 지속할 것인가 접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올해는 단체들과 잘 협력해서 다시 추슬러볼 작정이다. 하지만 참여단체들이 못하겠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백종환: 최근 몇 년간 ‘장애우’라는 표현을 가지고 논란이 되고 있다.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있다. 총장님의 개인적 의견은?

김정열: ‘장애우’라는 용어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내가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장애인’을 대치해서 ‘장애우’라는 용어를 쓰도록 권한 적이 없다. 또한 연구소 직원들도 밖에 나가서 장애인에 대한 공식명칭을 장애우라고 쓰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장애우라는 용어는 상황에 적합하고, 꼭 필요할 때만 쓴다. 일상적으로는 쓰지는 않고 있다.

백종환: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함께걸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표기를 장애우라고 하고 있지 않나.

김정열: 그것은 ‘함께걸음’이 표방하는 것이다. ‘장애우’라는 용어에는 비장애인 운동가들과 장애인 운동가들 사이에 결속력을 강화하고자했던 의도가 들어있다. 당시에는 비장애인 활동가도 많았다. 비율적으로도 반 정도가 비장애인이었다. 같은 운동의 주체로서 비장애인 활동가들도 장애인의 문제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투쟁하는 동지라고 여겼다. 그 당시 장애인의 법적 명칭은 ‘장애자’였는데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일 모여 회의하고 논의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이면,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무엇인가? 장애인을 돕는 사람인가? 그러면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사람인가?’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에는 작은 힘이라도 모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협력을 중시했다. 그래서 잡지 이름도 ‘함께걸음’이라고 정했다. 고민을 하다가 함께하는 동지의 의미로 우리끼리는 ‘장애우’라고 칭하자고 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에는 교우, 전우, 학우 등과 같은 ‘友’(우)자가 들어가는 말이 유행이었다. 하나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동일한 정체성을 갖는다면 ‘우’자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회에서도 ‘교인’과 ‘교우’를 함께 쓰지 않나. 어른이나 아이나, 직업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한 자녀라고 생각해서 허용되지 않나. 그래서 ‘장애인’하지 말고 ‘교우’하듯이 ‘장애우’라고 하고, 하나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자는 뜻에서 사용했다.

그런데 명확하게 노선을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함께걸음’이 장애우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쓰다 보니 이렇게 됐다. ‘함께걸음’이 많은 대중을 확보하고 있다 보니, 연구소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장애인 인권을 위해 함께하는 동지’라는 의미라는 설명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동지? 동무? 너희들 빨갱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에 장애우라는 명칭은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한 뜻을 품고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우리끼리 칭하는 한정적인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이 써버렸다.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공식적인 용어는 당연히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이데올로기, 하나의 그룹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백종환: 마지막으로 에이블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김정열: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 바뀔 예정인데, 아직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아직은 단체의 규모도 작고, 계획하는 일을 실행할 만큼 맨파워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한 2~3년 동안은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단체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내실화를 추구하고, 형식과 시스템을 잘 갖춰서 2년 후에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도 만족스러운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매진하겠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진흥회가 장애인계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도 주시고, 잘못하면 채찍도 하고, 잘할 때는 지지도 해주시면 좋겠다. 또 하나는 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단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 또한 장애인단체들도 우리가 하는 사업들에 대해서 더 많이 간섭하고, 직접적인 요구도 해서 장애인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쳤으면 한다.

기관하나 잘 키워두면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도 갖추고, 당사자의 목소리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관으로 성장한다면, 활동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서비스 받는 장애인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장애운동도 보다 성숙해 지리라고 믿는다. 진흥회가 장애인계가 성장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장애인계 모두의 진흥회로 키워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끝>

출처 : 에이블뉴스<주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