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의되고 있는 동료상담가 인증제 도입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반대다.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료상담의 원칙은 '대등한 입장'인데 동료상담가 인증제를 만들어 전문동료상담가를 양성한다면 과연 대등한 입장이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전문화 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도 동료상담 참가자들이 진행을 하는 리더는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증제가 도입되어 전문화 된다면 절대로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대등한 관계가 되지 않는다면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동료상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역할 변화를 통해 내담자와 상담가의 역할을 바꾸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둘째 동료상담에서는 본인의 문제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문제해결 능력 역시 본인이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동료상담을 함으로 스스로 자신의 상처나 문제, 또한 장점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상담가의 자격증화 한다면 동료상담가는 동료상담가 나름으로 무엇인가 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언이나 충고를 하게 될 것이다. 동료상담을 받는 내담자는 동료상담 전문가이니까 무엇인가 해답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하고 스스로 찾기 보다는 의지하려 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재활체계의 오류를 답습하게 된다. 공급자(전문가? 현재의 전문가가 전문가인가?)와 문제를 가진 내담자라는 불평등의 형틀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동료상담가는 롤모델(역할모델)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동료 장애인에게 동질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료상담가를 바라보고 나와 같은 상황임에도 할 수 있구나!라는 용기를 가지게 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료상담가 인증제를 실시한다면 동질감 보다는 자신보다 높은 사람처럼 여겨져서 도리어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 질 것이다.
넷째 동료상담이 일반상담과 다른 이유는 전문상담이 아니라 장애로 인해 겪은 경험이 같은 동료끼리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장애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인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아니라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내담자가 되기도 하면서 서로를 지지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동료상담가 인증제가 도입되면 일반적인 전문가상담이 되기 쉽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진정한 동료상담의 의미가 퇴색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동료상담가인증위원회에서 인증제를 실시하였으나 대등하지 않고 상하관계와 권력화로 인해 현재는 폐지된 상태이다.
현재 동료상담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서 동료상담가 인증제 이야기가 대두되는 걸로 알고 있다. 동료상담의 올바른 정착화를 위한 것이라면 다른 대안은 있을 것이다.
대안으로는 자립생활센터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동료상담위원회를 구성하여 표준적인 동료상담 자료를 가지고 동료상담의 전 과정을 교육하고 동료상담가 파견까지도 함께 하면 될 것이다.
동료상담 교육 과정은 기초·심화 집중강좌 과정을 이수하고 동료상담 장기강좌에서 자신만의 원고를 작성하고 원고를 바탕으로 해서 실제로 지역 장애인과 개별 동료상담을 몇 회 이상 하고 난 후에 집단동료상담의 서브리더 역할을 몇 회 이상 참여한 후에 동료상담가로서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어 실행한다.
현재의 복지관 방식대로 몇 명이 이용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동료상담의 목표대로 자립생활을 성취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료상담가는 이를 견인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적 평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 기준은 몇 명의 이용실적이 아닌 참여 시간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이 되어야 한다. 동료상담가는 현재가 아니라 항상 과정이 되어야 한다.
굳이 자격이라면 장애인등록증이면 충분하다. 단 한 시간도 장애인으로 살아보지 않은 현재의 제한적인 전문성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실행의 과정에서는 사회복지사 보수 교육의 형식을 빌려 상담시간, 정기적인 교육 이수 등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알코홀릭이나 범죄행위가 있을 경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폐기한다고 한다.
자격증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또한 자격증 제도는 제도의 실익과 관계없이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한다. 자격증이 전문가라는 현재의 도식이 적어도 중증장애인에게는 설득력이 없음을 동료상담의 현장에서 무수히 보아왔다. 오히려 장애인복지전달체계 내부에서 조차 권한의 불평등과 장애의 낙인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권력을 만드는 것이 전문성이 아니라 권한을 나누는 것이 전문성이다. 또한 장애인당사자에게는 전문성은 필요 없다. 다만 잃어버린 기회의 평등만 보장되면 될 일이다. 장애인당사자로 수십 년간을 살아온 우리가 전문가이다. 쓸데없는 시비만 없다면 말이다.
*이 글은 서울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 김선윤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기고/김선윤 (tansang92@hanmail.net)
* 출처 : 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