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가 시각장애인들의 집단 반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낮 12시쯤 인천지방경찰청 정문 철문이 급히 닫히고 전의경 20여 명이 경비에 나서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뒤 인천 ㄷ안마시술소 소속 시각장애인 등 20여 명이 인천경찰청 정문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경찰이 시각장애인을 탄압하고 있다며 인천경찰청 앞 도로에 큰 대자로 누워버렸다. 경철은 이들은 해산시키기 위해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안마시술소 업주 등을 풀어주고서야 이들의 항의 방문은 끝이 났다.
시각장애인들이 경찰 청사 앞에서 집단적으로 항의한 까닭은 이날 새벽 경찰이 ㄷ안마시술소에 대해 성매매 단속을 벌여 업주와 여종업원 등을 연행해 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경찰청 민원부서는 ㄷ안마시술소에 대한 단속 사실과 이들의 항의 방문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가 항의 방문 직전에야 이를 알고서 황급히 대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도로상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이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 강제 해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민원부서 측은 안마시술소 단속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고생을 했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그러나 속내는 가급적 안마시술소에 대한 단속은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 단속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시 단속 부서인 여경기동대는 이날 새벽 ㄷ안마시술소를 전격적으로 단속한 뒤 업주 등을 곧바로 연행했다. 여경기동대는 이들이 다른 회원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민원부서에 통보하지 않았다.
물론 시각장애인들의 항의방문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앞서 여경기동대는 인천안마사 협회 회장과 간부 등이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ㅅ안마시술소에 대해 성매매 단속을 벌였다가 안마사 협회 소속 회원들의 집단항의 방문과 날마다 수십 차례씩 항의 문자와 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안마시술소 성매매 단속에 대한 여경기동대의 입장은 완강하다.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만 성매매 단속을 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불법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잘못을 저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박옥숙 여경기동대장은 "성매매 근절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 안마시술소 단속은 다른 업소에 비해 부담은 가지만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 업소에 대해서만 단속을 하고 안마시술소에 대한 단속은 게을리한다면 누가 법집행을 하는 경찰관의 지시에 따르겠느냐"고 말했다.
* 출처 : 경향신문 <이현준기자 good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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