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모(48)씨는 그동안 지인의 배려로 무상으로 지내던 집에서 나와야할 처지에 놓여 다급한 마음에 구청을 찾았는데, '농협중앙회로 가서 대출상담을 받아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구청의 안내대로 농협중앙회를 찾은 한 씨에게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해당되는 대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갚을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대출이 가능하냐고 하더라. 몸이 아파 당장 일을 할 수는 없어 주거라도 안정되면 좋겠는데, 일어설 기회조차 주지 않는구나 생각하니 절망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뇌병변장애가 있지만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던 그는 몇 년 전 '척추 협착증'진단을 받고 수술한 후에는 통원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다니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됐다. 허리를 굽힐 수도, 무거운 것도 들 수 없어 '현장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그의 생활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장애인등록을 할 만큼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자신감이 컸던 한씨. 그는 "처음 건설현장에 가니 그 몸으로 어떻게 일하냐고 했지만 인정받으며 일했다. 일한만큼 대가를 받으며 살던 그때가 참 좋았다"며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사지 멀쩡하고 일할 수 있는데 굳이 장애인 등록해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기존주택 전세.매입임대제도가 유일한 희망
구청에서 한 씨에게 농협중앙회에 찾아 가보라며 안내한 것은 국토해양부가 국민주택기금으로 운영하는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제도로 전국 지자체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시중 5개 은행을 통해 연 2%의 낮은 금리로 15년 분할상환이 조건인 이 제도는 지자체가 추천신청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실제로 대출여부는 해당은행의 대출심사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이용한적 없고 거래실적이 많지 않은 한 씨는 은행이 판단하기에 대출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었던 것.
용인시 처인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일단 대출이라는 형태가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심사되는 것이라 수급권자인 경우 대출요건에 적합하지 않거나 그 금액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는 정부에서 하는 주택임대제도를 이용해보는 방법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인구청 측에서 말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저소득 계층에게 주거복지 목적으로 시행하는 '기존주택전세.매입임대'제도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존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계약을 세입자를 대신해 체결하고 입주자에 낮은 임대료로 재임대하는 이 제도는 최소 300만원이하의 보증금을 입주자가 부담하면 된다. 한 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한 씨는 "기존주택전세.매입임대제도는 들어보지 못했다. 구청으로부터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뒤, "선정이 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한 제도가 있다면 신청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청 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장애인 자립자금대여사업도 이용 못해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도 저소득 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위해 저리로 자금융자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 자립자금대여사업'은 최저생계비 200%이하인 장애인가구를 대상으로 연 3%의 저리로 1,200만원~5,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그러나 한 씨의 경우처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생업자금대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신청대상에서 제외되고, 생활가계자금이나 학자금, 전세자금 용도로는 융자를 받을 수 없다.
저소득 장애인은 국민임대아파트나 영구임대아파트의 우선공급대상자로 입주신청을 할 수 있지만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무주택기간, 보증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출처 : 에이블뉴스 장경민 기자(wildafric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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