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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시각장애인 집배원 40년 근속2006-01-1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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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때 시력 잃은 64세 할아버지 40년 하루같이 ‘우편배달’ 길
“아직도 허리 꿋꿋, 앞으로 2년 더 일하고 양로원에 가겠다”

앞을 못 보면서도 40년간 우편집배원으로 당당히 일하고 있는 중국인 할아버지가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중국 남부 허난성 바오펑현 스차오진 싱룽장 촌에 사는 장산. 중국 난팡줘모어와 신화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64세인 장 할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면서도 40년째 우편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 할아버지가 앞을 못 보게 된 것은 세 살 때 눈병에 걸리면서부터다. 돈이 없어 눈병 치료를 받지 못한 그는 안타깝게도 그 뒤로 앞을 전혀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18세 때는 부모마저 여의었다.

하지만 장 할아버지는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존심이 강하고 무슨 일에서든지 남한테 뒤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두를 찌고 면을 만드는 법도 익혔다.

“일상생활에서 나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장 할아버지의 말이다.

실제로 20대 초반까지 장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다른 사람의 리어카를 밀어주거나 물을 길어다 주며 끼니를 해결했다.

“여름 농번기 때는 시각장애인 특유의 민감한 청력으로 밀밭을 지키기도 했다”고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스물네 살 때인 1966년 어느 날, 그는 마을에 고정적으로 배치된 우편집배원이 없어 우편물 배달이 항상 지연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즉시 마을 간부를 찾아가 자신이 집배원 일을 맡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간부는 그가 앞을 보지 못해서 제대로 우편물을 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꼭 해보겠다”고 거듭 당차게 말했고, 결국 간부는 그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선 우편집배원의 길은 지금까지 무려 40년간 계속되고 있다.

장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7시 정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8시 30분쯤 지팡이를 짚고 집을 나서 스차오진에 있는 우체국으로 향한다.

우체국에 도착한 장 할아버지는 다른 직원으로부터 배달할 신문과 우편물을 건네받는다. 장 할아버지는 우체국 직원이 우편물을 배달할 순서에 따라 가방에 분배해 넣어준 뒤 한 번만 설명을 해주면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비상하다.

장 할아버지가 우편배달을 맡고 있는 싱룽장 촌은 7개의 작은 마을들로 이뤄진 비교적 큰 마을이다. 500여 호에 2000여 명이 살고 있다.

싱룽장 촌의 시골길을 거쳐 마을에 들어서면, 장 할아버지는 자신이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문과 우편물을 전해준다. 도중에 이웃들과 만나 얘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을 안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우편물을 잘못 전해 준 적이 없다.

싱룽장 촌에 사는 천바오전은 “매일 오전 9시 30분쯤이면 어김없이 장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신문을 건네받는다”고 말했다.

우편배달을 하며 매일 10km를 걸었다고 치면, 장 할아버지는 40년간 무려 11만km를 걸은 셈이 된다. 장 할아버지는 마을 어느 곳에 큰 돌이 있고 물구덩이가 있는지, 언덕이 있는지를 자신의 손금 보듯 훤하게 꿰고 있다.

물론 앞을 못 보는 탓에 장 할아버지는 집배원 일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싱룽장 촌에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다 세 차례나 물에 빠지기도 했다.

가장 위험했던 때는 6년 전 겨울 어느 날이었다. 큰비가 내리던 날, 하필이면 다리 한가운데 큰 구멍이 나 있는 상태에서 그 다리를 건넜던 것. 장 할아버지는 그만 다리 구멍으로 강에 빠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절망에 빠졌었죠. 하지만 실명한 뒤로 살고 죽는 건 운명에 맡기자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았어요. 덕분에 더 차분하게 시각장애인 특유의 촉각을 이용해 얼음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가까스로 언덕에 올라왔죠.”

이후 장 할아버지가 나이가 들면서 촌의 간부와 우체국 책임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그에게 일을 그만두고 양로원에 가서 노후를 즐기며 쉬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장 할아버지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 일을 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편히 있으면 심심해서 병이 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매일 이웃들과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정말 세상을 사는 것 같고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지난해 4월 말 노동모범표창장을 받기도 한 장 할아버지는 “아직도 허리가 꿋꿋한데, 앞으로 2년 정도 더 일하고 양로원에 가도 늦지 않다”고 말하면서 지팡이를 짚은 손에 힘을 더욱 쥐고 40년을 하루같이 걸어온 ‘우편배달’ 길에 여전히 오르고 있다.
출처 :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