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와 검정 매니큐어의 관계는?
요즘 검정 매니큐어를 칠한 여성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텔레비전 속의 연예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검정 손톱으로 화면에 나타납니다. 대표적 화장품업체 샤넬의 경우 지난해 검은색 ‘블루 새틴’ 매니큐어가 전국 매장에서 동시에 큰 인기를 누리며 발매 2주 만에 품절됐다고 합니다. 이 제품이 들어오면 구매하겠다는 대기자도 줄지어 있다고 합니다. 가히 ‘열풍’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검정 매니큐어는 예전에는 너무 튀어 보여서, 아니면 못된 악녀처럼 보일까봐 여성들이 꺼렸습니다. 그랬던 검정 매니큐어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데는 과연 어떤 요인과 심리가 깔려 있는 걸까요?
우선 경기침체 탓에 검정 매니큐어가 유행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경기침체로 검은색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난해 3월은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의 1분기 실적이 암울해 금융위기의 공포가 다가오던 때였습니다. 표준색을 제시하는 팬톤색깔연구소 리트리스 아이즈먼 소장은 당시 기사에서 “검정은 불경기에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색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패션 측면에서는 의류 유행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입는 옷과 분위기에 따라 매니큐어 색을 고르기 때문이죠. 지난해에는 단연 검은색 옷이 인기였습니다. 불경기의 영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되는 분석입니다. 소비자들은 불경기가 오면 유행과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검은색을 선호하기 마련이죠.
생활 속에서 ‘일탈’의 묘미를 추구하는 심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얌전해 보이는 사람도 ‘검정 매니큐어’를 칠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기 마련이죠. 손톱에서나마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명동에서 네일아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아무개(43)씨는 “젊은 여성들은 검은색,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은 짙은 보라색이나 검은색이 섞인 빨간색 계열 매니큐어를 선호한다”고 전합니다.
이런 유행 속에서 극소수이긴 하지만 검은 매니큐어를 바르는 남성들도 있습니다. 오아무개(31)씨는 “평소에는 바르지 않지만 주말이나 휴가 때는 재미삼아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한다”며 “기왕 바르는 건데 기분 전환도 하면서 일탈과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검은색이 좋다”고 말합니다.
검은색은 대개 사회가 우울할 때 유행합니다. 한국아트테라피연구소 이주영 소장은 “‘신정아 사건’이 있을 때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탓에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을 선호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최근 검은색 유행은 불경기와 정치적인 불안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팬톤색깔연구소는 2009년을 상징하는 색으로 ‘노란색’을 꼽았습니다. “경기 불황기에 따뜻함과 햇볕, 활력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희망과 안정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선정 이유입니다. 화장품 업체들도 올해에는 희망적인 이미지를 주는 부드러운 색의 화장법이 유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거리에는 어두운 색 옷과 매니큐어를 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한 불경기에 ‘검은색 매니큐어’로라도 조금이나마 우울한 분위기를 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출처 : 한계레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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