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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학교폭력, 엄마도 선생님도 해결 못 해…나만 죽으면 끝\"2012-07-17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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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2차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어른 눈높이’ 해결책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되고 있다.

교육당국과 경찰, 부모 등 각자 입장에서의 ‘최선’이 아이 입장에서도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이 눈높이에 대한 배려와 정서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학교폭력 근절이 사회 화두다. 나름 성과도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그 후’에 대한 논의가 없다. 또래의 폭력만큼이나 어른들의 2차 폭력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최근 대전에서 또 다시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교육당국과 경찰, 부모 등 어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피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이의 눈으로 바라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학교폭력, 엄마도 선생님도 해결 못해...나만 죽으면 끝”
2.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절망하는 아이들
3. 무서운(?) 어른들...입 닫는 아이들
4. 눈에 멍이 들었다고요? 마음이 멍들었어요!
5. 전문가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어른들...‘아이’를 봐주세요”


“엄마도, 선생님도 해결 못해요.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 하고 안 보이면 찾아다니면서 때리고...지긋지긋한 학교폭력, 그냥 제가 죽는 수밖에 없어요.”

대전 ㄱ 중학교 A군. 올해 3학년이지만 A군은 3학년 교실에 가 본 적이 없다. 학교가 무섭기 때문.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학교폭력을 당한 뒤 A군은 학교도 집도 무섭기만 하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2012. 1. 28 '부모는 배우고, 학교는 솔직해지고, 시민은 감시하자')





◈ 집까지 찾아오는 가해자들

지난해 9월 어느 날 저녁. 그 아이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집에 있던 A군을 불러내 마구 때렸다.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또 때렸다.

그 때 한 아이가 말했다. “너 앞으로 내 눈에 띄면 죽어.” A군은 아이들이 무서웠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피해 다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A군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올 1월까지 폭행은 5번에 걸쳐 이뤄졌고 A군은 그 때부터 학교는커녕 ‘집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많아졌다. ㄱ 중학교와 ㄴ 중학교 아이들까지 모두 20여명이 A군을 찾아다녔다.

결국 A군은 ‘아이들이 오가는’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 “나 하나 죽으면 끝”

개학을 했지만, A군은 그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의 문을 닫았다. 입도 닫았다. 엄마에게도 다른 가족들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툭 내던져진 A군의 짧은 한 마디. “나 하나 죽으면 돼.” 몇 달간 고민 끝에 내린 A군의 해결책인 셈.

정신병원을 찾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우울증 진단이 나왔다. “아이가 매우 위험한 상태이니 절대로 혼자 두지 말라”는 게 의사 말이었다.

◈ 오열하는 가족들

설 명절 이틀 전이었다. 나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내보냈다. 친구들과 어울리라고. 그런데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왔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그 동안의 일을 전해들었다.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모인 가족들 모두 오열했다. 엄마는 그 때부터 A군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했다.

몇 달 만에 입을 연 아들이 “나 하나 죽으면 된다”고 했다. “생각해보세요. 그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오죽했으면 죽겠다는 말을 했겠어요.”

엄마의 말소리가 먹먹해진다.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밖에 나가면 그 아이들이 아파트 앞에 있어요. 우리 애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어느 날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면 아무도 없는 날도 있었어요. 우리 애가 내다봤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에요.”

“학교와 교육청에 도움도 청하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얘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아이에게 더 큰 상처만 됐어요. 이렇게해서는 학교폭력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10개월이 지난 현재.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A군은 지금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야 겨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후유증으로 대인기피증세도 보이고 있다.

출처: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