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촨즈/레노버 창업주·회장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한 중국 컴퓨터 기술자가 1984년 베이징의 단층 목조 건물에서 작은 컴퓨터 회사를 차렸다.
문화대혁명 때 오지(奧地)의 농장을 전전하며 노역을 경험한 그의 머릿속에선 ‘가난한 중국’에 대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첨단 IT 기술만이 중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정된 정부 연구원 자리를 뿌리치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그가 바로 레노버의 창업주인 류촨즈(63·柳傳志·사진) 회장이다.
그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창업자금으론 20만위안(2만5000달러)이 전부였던 류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4만위안을 사기당하면서 위기를 만났다. 하지만 손목시계까지 팔아 치우며 버텼고, 1987년 IBM의 중국 대리점 계약을 따내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1990년대엔 IBM·컴팩 등 미국산 컴퓨터가 중국 정부의 관세 인하 조치에 힘입어 물밀듯 밀려 들어오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류 회장은 이번엔 중국어를 입력할 수 있는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고비를 넘겼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명’(타임); ‘올해의 아시아 기업가’(포브스) 등에 선정됐다. 2001년엔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당시 37세에 불과하던 양위안칭 현 회장에게 레전드의 경영권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