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근로자의 전인격 판단 기준"
대졸자가 고교만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은폐해 입사했다가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이 들통나 퇴직당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 모 대학 사범대에 진학해 1998년 졸업한 K(36)씨는 2000년 말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중소 자동차부품업체 D사에 입사원서를 냈다.
당시 D사는 고졸자를 대상으로 생산직 사원을 뽑고 있었으며 K씨는 입사원서에 최종 학력을 `고교 졸업'으로 적고 이후 군 복무를 마친 뒤 영업, 중소업체 근무 등의 경력을 지닌 것으로 기재했다.
면접에서 면접관이 "서울에 있는 좋은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왜 대학에 가지 못했느냐"고 묻자 K씨는 "성적이 안 좋아 3수까지 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고 답변했다.
이후 입사에 성공한 K씨는 성실히 근무했지만 2004년께 학력 허위기재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
K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K씨의 재심 신청 후 회사가 해고를 철회하고 면직 처리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K씨를 복직시킨 뒤 취업규칙 위반을 사유로 결국 퇴직시켰고 K씨는 다시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이태종 부장판사)는 K씨가 "학력을 숨긴 건 맞지만 학력 허위기재는 학력을 과장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며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력서에 허위의 학력 혹은 경력을 기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 요소가 되는데도 원고가 의도적으로 대졸 학력을 은폐했고 면접에서는 적극적으로 회사를 속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퇴직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이 고용시 학력ㆍ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나 증명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근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사 간 신뢰 형성과 질서 유지를 위해 근로자의 교육 정도와 경험 등 전인격적 판단을 거쳐 고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판단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