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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산재상담

제목''하루벌이 일감''도 없다2008-08-04
작성자이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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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일용직 일자리 상반기 14만개 줄어 "물가 급등하는데 일당은 갈수록 떨어져"

초등학교 3년생 딸을 둔 김창래(44·서울시 노원구)씨는 건설 현장에서 벽돌·자재 등을 나르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속칭 '막노동자'다. 지난달 31일 새벽 5시, 김씨는 여느 날처럼 태릉선수촌 인근 'OK인력개발사무소'로 출근했지만 허탕을 쳤다. 이날 김씨와 함께 출근한 15명 중 일감을 구한 사람은 3명뿐이었다.

김씨는 최근 2주일 동안 주말도 안 거르고 출근했지만, 겨우 6일 일했다. 김씨는 "한 달에 10~15일밖에 일을 못한다"며 "10년 전에는 '곰방이'(벽돌을 나르는 일) 일당이 12만원이었는데 지금은 7만5000원밖에 못 받는다"고 했다. 일감은 주는데 인건비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무소에 내는 수수료 10%와 교통비를 빼면 김씨 수중에 남는 돈은 하루 6만8000원이다. 최근 한 달간 번 돈은 약 100만원. 이창호 OK인력개발소장은 "IMF 때도 '노가다판(건설 현장)'에 지금처럼 일감이 없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침체의 타격이 '고용 사다리'의 가장 밑에 있는 일용·임시직 근로자부터 직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6월 중 임시·일용직 근로자 일자리는 14만967개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상반기(-27만5000개) 이후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저임금 일용직의 '추운 여름'

건설 일자리는 통상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이면 늘지만, 올해 6월엔 6만개나 줄었다. 건설 현장에서 7년간 일했다는 이동규(43·서울시 노원구)씨는 "이렇게 일감 구하기가 힘든 적은 없었다"며 "지방에서는 1만원이라도 더 싼 중국 교포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려고 해 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여기에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일자리도 올 상반기 3만9000개나 줄어들었다. 서울 서초구의 '대심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오늘도 식당 일을 원하는 아주머니 15명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2명만 일거리를 받아갔다"며 "1년 전에는 하루 일거리가 20개 이상 들어왔지만 요즘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영등포 '로타리직업소개소' 강현구 소장은 "올 3~4월만 해도 사람을 구하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은 왔는데 요즘은 식당들이 어렵다 보니 한두 통뿐이다"고 했다.

물가는 급등세지만 일용직 근로자 임금은 오히려 하락세다. 류한성 전국취업정보 소장은 "작년만 해도 식당일 한달 하면 120만원 정도 줬지만, 요즘엔 식당들이 장사가 안돼 한달에 80만~90만원밖에 안 준다"고 했다.

취업소개소에서 만난 여성 가장(家長) 변정숙(46·서울시 동대문구)씨는 "최근 8일 동안 하루 5시간씩 나흘밖에 식당일을 못해 겨우 12만원 벌었다"며 "한달 80만원 월급으로는 중·고교생인 두 아들 용돈조차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기다릴 뿐,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확대 시행에 경기까지 나빠지자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줄인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저소득·서민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용직(日傭職) 근로자 : 고용계약 기간이 한 달 미만이거나 매일매일 고용돼 시급(時給)·일당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

▲임시직 근로자 : 고용계약 기간이 한 달 이상 1년 미만인 근로자


출처 : 조선일보 정혜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