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취업상담실 ▶ 인사노무/산재상담
인사노무/산재상담

제목불황에 무너지는 외국인 근로자들2008-08-04
작성자이형복
첨부파일1
첨부파일2
1일 오후 10시40분 서울 당산동의 10평(33㎡) 남짓한 쪽방. 중국 국적의 중국동포 한미련(52)씨가 문을 열자 남편(54·중국동포)이 불을 끈 채 TV를 보고 있다. 불을 켜니 낡은 냉장고와 TV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벽에는 벽지 대신 신문지가 도배돼 있다. 부엌 싱크대에는 밥그릇과 반찬 그릇이 달랑 두 개 놓여 있다.

건설 노동자였던 남편은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쉬고 있다. 끼니 때마다 남편의 반찬은 항상 김치다. 다른 반찬을 해먹는 일은 거의 없다. 한씨는 “밤이 되면 전기료 때문에 불을 끄고 지낸다”며 “TV와 냉장고도 이웃이 버린 것을 주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씨 같은 외국인 근로자의 삶은 더욱 고달퍼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고, 물가마저 뛰어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5월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89만1341명(행정안전부 집계). 이 가운데 결혼 이민(16%), 국제결혼 가정 자녀(6.5%) 등을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불법 체류자 포함)는 43만7727명(49%)에 달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50.8%는 중국동포다.

이들은 소득계층의 맨 아래를 형성하고 있는 임시·일용직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체감하는 경기 불황의 정도는 그만큼 크다. 한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의 일반 서민보다 2~3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씨의 하루를 통해 더욱 팍팍해진 외국 근로자의 삶을 들여다 봤다.

◇“한 달에 공치는 날이 10일”

중국 옌볜 출신인 한씨는 두 차례 한국에 왔다. 2001년 관광비자로 입국해 5년간 불법 체류했다. 지난해 10월엔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사이 물가는 뛰었고 일자리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한씨는 1일 오전 8시20분 당산동 집을 나섰다. 이날 일할 곳은 여의도의 한 순대 전문점이다. 한씨는 버스나 전철을 타지 않았다. 40분 동안 바삐 걷기만 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오전 9시, 식당에 도착한 한씨는 익숙하게 일을 했다. 설거지와 재료 다듬기 등 주방의 힘든 일을 주로 한다. 음식 나르기 같은 쉬운 일은 20~30대의 몫이다. 그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주방의 힘든 일이 돌아가기 때문에 50대 중반만 넘어서면 식당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하루 세 끼를 공짜로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일을 선호한다.

일은 오후 10시에야 끝났다. 식당 주인은 그에게 5만5000원을 줬다. 2년 전엔 한 달에 25일 정도 일해 120만~130만원을 벌었다. 요즘엔 일하는 날이 많아야 20일이고, 수입은 90만~100만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한 달에 식당 4~5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직업소개소를 찾지만 허탕치는 날이 많다.

그는 “요즘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동포는 10명 중 2, 3명 정도”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없는 중국동포는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고 봉사단체의 쉼터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 사실상 노숙자나 다름없는 생활이다.

◇“생활비는 2년 전의 1.5배”

‘자린고비’처럼 살고 있는데도 씀씀이는 늘었다.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이다. 생활비가 2년 전 40만~50만원에서 요즘엔 60만~70만원으로 늘었다. 중국에 있는 딸(26)에게 보내는 돈은 예전의 절반(30만원)으로 줄었다. 그는 “신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딸의 병을 한국에서 고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며 “가스비를 아끼느라 여름에는 물론 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바라는 일을 묻자 “일자리가 많아져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답했다.

출처 : 중앙일보 김창규 기자, 송종호 인턴 기자(한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