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굿(Very good).`
옥션 등 오픈마켓(온라인 쇼핑몰)에서 `럭셔리한복`이란 이름으로 아동 한복을 파는 제이앤제이 한영 사장(37). 직장생활 그만두고 창업하니 어떠냐고 물으니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같이 대답했다.
이사온 지 얼마 안 돼 어수선한 서울 강남구 포이동 사무실에서 12일 만난 한 사장은 사업이 무척 즐겁다는 표정이다.
많을 때는 하루 1000벌까지 주문이 몰릴 만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잘나가는 판매업자로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판매매출은 한 해 5억원 정도. 오프라인 매출까지 합하면 10억원에 이른다. 11평짜리 비좁은 오피스텔에서 벗어나 얼마 전 40평대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 사장은 "창업 후 2년이 지난 이제야 감을 좀 잡은 것 같다"며 "아직은 수입이 직장생활할 때보다 크게 많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내가 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 수업료 5천만원…앞이 캄캄했죠
= 2004년까지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의류 무역회사에 다녔다. 보수도 만족스러웠지만 `내 일`을 해보고 싶어 9년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접었다.
처음에는 전 직장에 원단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았다.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할 일이 막막해졌다. 그래서 발을 들여놓은 곳이 온라인 쇼핑몰. `먹고사는 데야 큰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괜찮은 상품만 인터넷에 올리면 대충 팔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안이한 자신만의 상상일 뿐이었다.
상품 사진 찍는 데만 며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정보도 없어 150만원이나 주고 쓸데없는 카메라를 사기도 했다.
"카메라를 산 뒤 책을 보고 공부했어요. 사진 한 장 제대로 안 찍히니 지쳐서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했지요."
인터넷페이지 디자인도 책을 읽어가며 직접 해야 했다.
상품은 팔릴 만하다고 생각되면 닥치는 대로 선택했다. 인형, 임부복, MP3 플레이어, 자전거…. 자전거는 오피스텔이 너무 좁아 중단했고, MP3 플레이어는 자본력 있는 판매상이 중국산 제품을 1000원씩에 파니 경쟁력이 없었다.
창업 후 4개월이 지났지만 팔린 제품은 한 개도 없었다. 간신히 3만원짜리 곰 인형을 하나 팔았지만 고객은 불만을 가득 담은 후기를 올렸다. 한 사장은 "고객 불만이 그렇게 가슴 아프게 남을 줄 몰랐다"고 했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불해야 할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은 예상보다 컸다. 투자한 5000만원도 거의 까먹게 될 처지였다. 좌절감이 밀려왔다.
◆ 대장금 보면서 "이거다!" 싶더군요
= 6개월을 그렇게 보내고 있을 무렵. 설 시즌에 무엇을 팔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때 한 사장 눈에 들어온 것이 드라마 `대장금`이었다. 꼬마 연기자들이 한복을 입고 나온 것을 보면서 "저런 스타일의 한복을 판매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자체적으로 디자인과 생산을 하기로 결심하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에 나섰다. 직감대로 소비자들이 색상이나 디자인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예컨대 `대장금`이 히트를 치자 나인 저고리처럼 긴 저고리가 유행하는 식이었다. 그는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에 `럭셔리한복` 브랜드를 오픈했다.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내 아이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요즘 부모들을 위해 어른옷보다 품질을 한 차원 더 높였다.
저가 한복들이 많은 곳에서 `고급`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드디어 상상만 했던 대박이 터졌다. 설 시즌에만 2000벌 넘게 제품을 팔았다.
처음에는 배송시스템도 안 잡혀 주문을 소화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직접 배달을 나가기도 했다. 주문장 출력을 너무 많이 해 프린터 인쇄가 안 되기도 했다.
그는 "11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아르바이트생 10명이 제품을 포장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했다.
한 사장은 끊임없이 트렌드에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있다.
작년에 드라마‘주몽`이 인기를 끌자 세자 옷에서 힌트를 얻어 보라색 한복을 판매했다. 보라색은 아이 한복 색으로는 잘 쓰지 않는 색깔이었지만 지난가을 대박상품이 됐다.
온라인 판매에서 자신감을 얻어 오프라인 판매망도 뚫었다. 웨딩홀 뷔페 같은 곳을 찾아다녔다.
◆ 2년간 친구도 안만나고 일에 미쳤죠
= 한 사장은 "창업자들이 온라인 대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 2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성공하기 전까지 친구들도 안 만난다는 원칙을 정해 2년간 사업에만 몰두했다"며 "그렇게 독하게 해왔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온라인 판매는 또 매출액이 높아도 광고비 수수료 등 비율이 15~20% 가까이 되므로 수익을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충고도 전한다.
독하게 또 재미있게 일하는 그는 2년 후 30억원까지 매출을 높이고 수출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처 : 매일경제[심시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