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는 아마존닷컴.e메일은 구글서 공짜로…
크리스 바빈은 캘리포니아 주 산 마테오에 있는 한 건물의 쪽방에 ‘아피리오(Appirio)’라는 회사를 차렸다. 대부분 사업가들이 검소함을 자랑하지만, 아무리 지독한 구두쇠라도 언젠가는 으리으리한 사무실을 갖고 싶어하게 마련.
하지만 볼랜드소프트웨어의 최고기술담당책임자 출신인 바빈은 앞으로도 이 정도 사무실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본사도 필요 없고, 자체 서버나 비싼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계획도 없다”며 “그런 건 다 돈 낭비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아피리오는 매년 1200달러에 아마존닷컴의 서버를 빌려쓰고 있다. e-메일과 기타 사무기능은 구글에서 공짜로 제공되는 기업용 툴을 쓴다. 전화는 이베이의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메신저는 미보의 웹 메신저를 공짜로 사용한다.
바빈식의 ‘짠돌이 창업(cube dweller.쪽방 거주자)’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포브스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 기술을 사줘야 성공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유료 장비.서비스를 외면하는 기업문화는 일종의 아이러니이며 동시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조적 파괴라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공짜 소프트웨어와 대여 컴퓨터, 값싼 노동의 확산이 유망한 차세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셈이다.
바빈은 심지어 인력 고용에서도 짠돌이 전략을 구사한다. 아피리오의 컨설턴트 15명은 모두 재택 근무를 한다. 이 중 일부는 아칸소, 인디애나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에 거주한다. 기본적인 개발 작업은 인도에서 이뤄진다.
바빈이 매년 절약하는 비용은 약 50만달러. 올해 순이익 400만달러를 예상하는 아피리온에는 상당한 금액이다.
저비용 구조는 아피리오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웹소프트웨어 통합업체인 이 회사는 20%나 낮은 개발비로 액센추어나 딜로이트투시 같은 업계 거물과의 경쟁에서도 종종 승리를 거둔다.
업계에서도 무서운 신인을 주목하고 있다. 신개념 소프트웨어 서비스 ‘Saas’의 선두업체인 세일즈포스가 아피리오와 계약을 맺고, 각종 컨벤션에서는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가 직접 아피리오 선전에 나선다. 구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소형 웹툴이 인기를 끌면서 구글 측의 제안으로 제휴를 맺기도 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바빈은 고작 수백만달러에 경영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물리치고 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직접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는 그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김은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