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유독 아르바이트만 하는 ‘프리터’가 많다. 프리터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정식으로 직장을 구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본 ‘컬처스타디즈’ 연구소 미우라 아츠시는 저서 ‘하류사회’에서 “젊은 층의 계층 격차가 점차 확대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하류에 편입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아에라 최신호(19일자)는 이들 ‘하류 인생’들이 최근 앞다퉈 창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하류란 수입이 낮을 뿐 아니라 일하려는 의욕도, 소비하려는 의욕도 낮은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취업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자격도, 기술도 없는 데다 기업의 ‘성과주의’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 대신 이들은 인터넷 상점 등 소규모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지(가명·25)씨는 프리터 경력 7년차. 월 5만엔(약 44만원)의 집세와 생활비는 카페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10만엔으로 충당하고 있다. 당장 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친다. 그는 인터넷 옥션(경매)에 뛰어들었다. 양복을 싼 값에 떼어다 인터넷 경매에 내놓아 월 2만~3만엔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프리터 등 이른바 ‘하류 인생’ 창업의 일등 공신은 인터넷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25~34세 사이의 창업 희망률은 1979년 32%였던 것이 2002년 9%로 줄었다. 2002년 “정사원으로 취업하고 싶다”는 비율은 71%에 달했다. 일반적인 젊은 층 사이에선 ‘안정 지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프리터처럼 ‘하류’ 젊은 층 사이에서는 반대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