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서 퓨전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옥순씨(49)는 요즘 입이 귓가에 걸렸다. 지난 6월, 10년간 운영해온 의류가계를 리모델링해 ‘제2의 창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업종변경 전 박씨의 월수입은 150만~200만원 정도. 하지만 요즘은 두 배가 넘는 500만원 정도의 이익을 내면서 자신의 일에 보람마저 느끼고 있다. 창업도 트렌드를 따라가기 마련. 박씨처럼 기존 매장에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해 새롭게 탄생시킨 리모델링 창업이 점차 늘고 있다.
박씨는 처음에 고민도 많이 했다. 의류업을 하던 자리에서 전혀 다른 업종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퓨전선술집 ‘퍼주미’·(사진)를 권유받은 박씨는 업종변경을 과감하게 실행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본사에서 3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조건도 박씨의 결정을 돕는데 한몫을 거들었다.
양념고갈비, 소시지볶음, 홍합구이 등 60여 가지의 기본메뉴에 생굴무침 등 계절 메뉴를 추가로 내놓는 퍼주미는 5500원에서 9000원대로 안주가격이 저렴하다. 20평을 기준으로 가맹비, 인테리어, 이벤트. 간판비, 주방 집기 등 박씨가 투자한 금액은 4600만원. 기존 퓨전요리 주점보다 평당 50만~100만원 이상 저렴해 재창업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인수씨(44)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얼마 전까지 호프집을 경영하다 장사 부진으로 폐업위기에 몰리자 퓨전 주점으로 리모델링해 재기에 성공한 것.
수제 손만두를 만들어 각 매장에 공급하고 있는 권천수씨(44)도 대구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기존 사무실을 리모델링해 ‘평남 손만두’로 탈바꿈시킨 권씨는 맛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야채와 두부, 돼지고기 등 10여 가지의 재료를 만두피에 담아 손으로 직접 빚어내고 있다.
만두 종류도 왕만두, 잡채만두, 고기만두, 참치만두, 김치만두, 자장만두, 물만두 10여 가지에 이르고 한 접시당 가격은 4000~5000원선. 권씨의 수제 손만두를 공급받는 곳은 대구칼국수를 비롯해 고박사냉면 등 20여 곳으로 기존 메뉴에 손만두를 추가해 짭짤하게 재미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리모델링 창업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데 대해 투자위험성이 적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업종이 새롭게 바뀌는 반면 사업장은 기존 업소를 그대로 활용, 그만큼 창업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창업은 먼저 해당 업종의 동향과 틈새시장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지역의 상권조사는 물론 자신이 하려는 업종에 적정한 유동인구나 배후인구가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컨설팅 전문 업체인 조은 푸드원 관계자는 “최근 아이템과 매장시설을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업소가 크게 늘고 있다”며 “리모델링 창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당분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출처 : 스포츠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