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가격안정 전제돼야 영업 활성화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성 검증 필요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저가형 쇠고기전문점 창업이 늘자, '시장선점 효과'를 위해 적극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위험부담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물량 안전확보 미흡" 주장제기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쇠고기 전문 브랜드를 론칭해 활동 중인 프랜차이즈는 '아지매' '오래드림' '우마루' '소가미소' 등 어림잡아 20~30여개에 달한다. 브랜드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곳만도 업계 추산으로 20여 곳이 넘을 정도.
그러나 활성화된 시장분위기와 달리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섣불리 뛰어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위험부담이 커 소자본 창업자는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반면 시장선점을 위해서는 창업을 고려해 볼만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쇠고기 전문점 위험요소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아직 미국산 쇠고기 물량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쇠고기전문점은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육류 유통업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믿고 호주산 쇠고기를 비축해 놓지 않았다. 철저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일정에 맞춰 사업을 전개해 온 것.
그러나 지난달 수입금지 부위인 갈비뼈가 발견되며 검역중단 조치가 내려진 후 현재는 한달여 만에 겨우 검역이 재개된 상태다. 그런데 농림부가 4일 검역중단으로 보관해오던 미국산 쇠고기에서 또다시 수입금지된 갈비뼈가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또다시 꼬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수입 재개 시기와 위생조건, 수입 부위 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전체 부위 수입이 확정된 후라야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시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추석 전후로 갈비 수입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현재는 내년 상반기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9월 안에는 전면 수입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9월 중 수입이 결정돼 11월 초쯤 갈비 수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현재 전 등급 평균 1만2000~1만3000원(kg당)인 가격이 2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량 뿐 아니라 광우병 파동이 다시 일 경우 뾰족한 매출 보완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쇠고기전문점 브랜드에서는 삼겹살, 샤브샤브, 해산물, 전골 등 서브 메뉴로 매출 하락을 보완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메인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고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서브 메뉴의 판매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쇠고기전문점’ 대신 ‘구이전문점’ 등으로 메뉴 운신 폭을 넓히는 것 정도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논란
둘째는 ‘생각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쇠고기 수요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는 돼지고기 시장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숯불구이전문점 짚다리골 신석순 대표는 “2003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이후 쇠고기 시장의 30%가 돼지고기 시장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증가할 쇠고기전문점 시장은 그 때 뺏겼던 30%가 다시 돌아오는 것일 뿐 쇠고기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30%의 시장에 너무 많은 점포가 뛰어들면, 시장이 채 성장하기도 전에 ‘유행화’가 이뤄져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한 상권에 한 점포 등 적정 점포가 운영되면 점차 시장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쇠고기전문점 업계의 의견은 좀 다르다.
오래드림 박창규 대표는 “2003년 당시 1조2000억원대인 국내 육류 시장의 60%가 쇠고기 시장이었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기호도 나쁘지 않고, 출점해 있는 점포 매출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품질은 고려하지 않은 저가 정책 일변도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쇠고기전문점은 삼겹살 소비층을 끌어오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삼겹살 가격에 쇠고기를 먹는다’는 컨셉을 내세우고 있다.
가격대도 1인분(150g)에 5000원, 1만원 미만 저가가 대부분.
현재 미국산 쇠고기 원가는 1kg당 2만8000원(1등급 기준)~5000원(최하 등급 기준)이다. 가격파괴 브랜드에서는 상위등급인 미국산 초이스 등급 고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초이스와 셀렉트 등급 사이의 낮은 등급 고기를 사용하는 곳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류망을 확보하고 직접 유통을 하는 곳도 2~3곳에 불과해, 일부 브랜드에서는 무작정 품질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과도기..시장상황 더봐야" 지적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현재를 ‘과도기’라 표현하고 있다. 그 만큼 적정 창업 시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참숯화로구이전문점 왕대감 왕갈비 송교원 이사는 “수입물량이 늘고 갈비까지 수입되는 등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원가 하락폭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1년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를 지나 시장이 안정되면 창업을 타진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쇠고기전문점을 운영 중인 ‘우마루’ 구용철 차장은 “최근 저가형 쇠고기전문점 시장동향은 이전 저가형 삼겹살전문점과 비슷하다”면서 “전례를 봤을 때, 혼란 상황에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는 살아남는 만큼 우수 브랜드로 먼저 창업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위험부담을 피해야 하는 소자본 창업자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요층과 시장성을 타진해본 후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아직까지는 시장 초기 단계이므로, 업종 유행화 현상을 막고 쇠고기 시장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출처 : 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