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창업 ‘北 프랜차이즈’ 바람
프랜차이즈 시장은 요즘 ‘남북 통일’이라도 된 듯하다. ‘날래날래’라는 북한 사투리, ‘모란각’이라는 북한명소가 프랜차이즈 상호로 등장하는 등 사업 영역이 북한음식이나 예술품, 공산품들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홍대 근처에서 문을 연 북한음식전문 분식집 ‘날래날래’의 인기 메뉴는 ‘온탄두부밥’. 두부를 삼각김밥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긴 뒤 그 사이에 영양볶음밥을 집어넣은 ‘주먹밥’이다. 유부초밥 같아 보이는 이 음식 값은 개당 900원. 2~3개면 한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원래 함경북도 온성군 온탄마을의 한 가정주부가 처음 개발한 음식으로, 1980년대 중반 북한 ‘전국료리(料理)경연대회’에 출품되면서 북한 전역으로 퍼졌다 한다.
단골고객인 대학생 김모씨는 “콩 두부에 갖가지 야채를 넣은 영양밥이 학생들 사이에서 ‘웰빙식’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날래날래 홍창표 사장은 “고사리·표고버섯·다슬기·황태 등 대부분 식자재는 북한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뉴 개발은 탈북자 출신 직원이 주로 아이디어를 냈다.
해산물 요리주점 ‘취바(www.cheebar.co.kr)’는 원산 앞바다 심해 700m 지점에서 채취한 북한산 골뱅이로 손님을 모으고 있다. 모든 골뱅이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냉장 유통시키기 때문에 골뱅이 회·숙회·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양념이 덜 들어가 맛이 시원하고 담백한 북한산 김치를 내놓는 쇠고기 프랜차이즈도 최근 등장했다.
음식전문집 ‘날래날래’ 자수판매업 ‘아티위버’ 등 선뵈
북한예술품 전문프랜차이즈 ‘아티위버(www.wart.co.kr)’ 이경진 사장은 원래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예술자수 관련 북한인을 알게 돼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북한에서 명인(名人)으로 인정받는 자수 전문가들이 남한 고객이 주문한 사진이나 그림을 예술자수로 수놓아 액자로 만들어 보내주는 것. 고객이 가맹점을 통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아티위버 중국 지사에서 이를 받아, 북한 인민예술가들에게 자수작품을 만들게 한다.
웬만한 자수작품도 한 달 이내면 만들 수 있다. 이경진 사장은 “일반 사진은 10년만 지나도 색이 바래지만, 명주실로 만든 자수작품은 100년이 지나도 색이 그대로 보존된다”며 “오래 간직해야 할 기념사진을 예술자수로 만들어놓으면 대대로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리 일을 하는 북한 인민 예술가 몇 사람을 아예 중국 단둥(丹東)에 이주시켰다”고 말했다.
북한 프랜차이즈 숫자는 남북교역량과 정비례하고 있다. 지난해 남북교역은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숫자가 늘다 보니 특이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북한 테마 사업들은 귀순자가 아닌 남한 사업자들 중심이란 점에서 과거와는 구별된다.
또 북한 음식들을 그대로 선보이기보다는 가급적 맛을 ‘남한화’시켰다는 점도 차별화된 점. ‘날래날래(www.nkfood.co.kr)’ 메뉴인 ‘경성댕알밥’. 원래 북한에서는 주먹밥 안에 삶은 계란을 넣지만, 서울에서는 계란 대신 메추리알(댕알)을 넣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국내 자영업이 공급과잉 상태가 되면서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북한테마 창업 아이템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북한과의 교역이 날로 확대되는 것도 시장상황을 밝게 보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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