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독립군’들 나만의 성공학
수락산 닭·오리 전문점 ´다물´
대학로 웨스턴 바 ´컴포트 존´
최근 기업형 프랜차이즈가 창업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나 홀로 창업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왜 그럴까. 우선 창업 과정이 힘이 들더라도 자신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싶어하는 창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라면 나 홀로 창업은 수공예품 내지는 핸드메이드 제품에 비교할 수 있다"며 "획일적인 체인점과는 달리 나 홀로 창업은 창업자만의 독특한 개성과 취향을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또 가맹점을 여는 것보다 창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가맹비나 교육비 등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홀로 창업자를 위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본지는 앞으로 ´나 홀로 창업´의 구체적인 전략을 수시로 소개할 예정이다.
수락산 닭·오리 전문점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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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간장 …
소문 퍼져 분당·일산서도 찾아와
서울 노원구 수락산 유원지 안에서 닭.오리요리 전문점 ´다물´을 운영하는 노기용씨. 그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보고 음식점 경영에 뛰어들었다. 만화 주인공들처럼 정직하게 장사를 하면서 음식 솜씨가 좋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체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3년 귀국한 노씨는 어머니와 동생이 하던 사업에 동참했다. 백숙.삼계탕.오리 로스.주물럭 등의 메뉴를 갖춘 전통음식점이었다. 2002년 가게를 열 때는 동생과 어머니가 주도했다. 독립 창업은 품이 많이 들어갔다.
서비스나 고객관리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씨의 동생은 현재 점포가 있는 상권에서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인이 종업원.고객을 대하는 방식을 어깨 너머로 익혔다. 이웃 음식점들에 찾아가 음식점 집기를 싸게 구하는 곳을 물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목수와 미장이 등을 소개받아 매장 인테리어를 단장했다. 동생이 음식점 경영에서 손을 떼자 노씨는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식당 야외에 실개천이 흐르는 조경을 했다. 인근 조경업자의 도움을 받았다.
노씨는 "간장.된장.고추장을 어머니가 손수 담근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손님들에게 고향의 맛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스나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단가는 비싸지만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별미는 생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일명 ´무고기´. 통무를 겨우내 밭에서 녹였다 얼렸다 반복하면 무가 고기 같은 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무고기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노씨는 계약 재배를 해 무고기를 대량으로 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처음에는 등산객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분당.강남.일산 등지에서 차를 타고 오는 손님도 있다.
점포는 30평 정도지만 3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야외에서도 영업을 한다. 한 달 매출액은 1800만원이며 평균 순수입은 500만원가량이다. 음식 재료를 직접 장만하고 간장 등 소스를 직접 담가 원재료비가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많이 들어가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대학로 웨스턴 바 ´컴포트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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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 살려 독특한 인테리어
외국 손님도 많아 … 2호점도 개설
서울 대학로에서 웨스턴 바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운영하는 박원규씨는 가맹점을 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자기 취향에 맞는 바를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고 노래 선곡도 직접 하고 싶었다. 카페풍을 기본으로 하되 라이브 콘서트와 파티, 그림전 등 각종 예술행사가 열리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점포를 원했다.
박씨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또 현지에서 바를 창업해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나 홀로 창업´이 쉽지는 않았다. 메뉴 가격을 정하는 것부터 골치가 아팠다. 그는 "다행히 아는 형님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음식 가격, 아르바이트 급여 산정 등과 관련한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창업 정보를 얻으려 틈틈이 창업 컨설팅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했다. 친척들에게 물어 남대문의 도매상에서 그릇 일체를 구입했다. 메뉴는 박씨가 캐나다의 스포츠 바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것을 토대로 30여 가지를 정했다. 최대한 간단하면서 특색있게 차렸다. 박씨는 주방장을 쓰지 않고 직접 음식을 만든다. 한국인 손님이 대다수지만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박씨는 "한국 사회의 이방인인 외국인들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5년간 점포를 운영한 박씨는 최근 분위기를 좀 다르게 해서 인근에 ´별관´을 열었다. 자유스러운 바 분위기의 첫 점포와 달리, 두 번째 점포는 라운지형의 낮은 테이블을 설치하는 등 오랫동안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두 번째 점포를 여는 데 든 비용은 점포 보증금을 포함해 1억3000만원. 첫 가게를 여는 데는 7000만원을 투자했었다. 현재 월매출은 2000만~2500만원 선, 순수입은 월 7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개업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두 번째 점포가 자리를 잡으면 수입은 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독립 창업이 나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중앙일보 서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