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IMF)가 닥쳤던 97년 말 안정적이라 여겼던 대기업에서도 명예퇴직자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퇴직자들은 재취업이 어렵다 보니 창업을 선택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퇴직한 창업자 중 70~80%가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다.
이해성 참미술 대표, 오훈 크리니트 대표 , 홍창표 포스DGF 대표는 샐러리맨으로 퇴직해 어엿한 프랜차이즈 본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이다.
"퇴직 후 드넓은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는 이들은 "퇴직이 오히려 인생의 기회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30대 중반이 사업을 모색하기에 가장 좋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삼성전자 퇴직 후 미술교육 사업
=방문미술지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이해성 사장(44)은 30여 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이 사장은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교육자 출신도 아니다.
98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상품기획실에서 일한 전형적인 화이트칼라였다.
이 사장은 기존 방문미술이 만들기 꾸미기 등 단순놀이 위주지만 이 사장은 차별화를 위해 스토리아트를 도입했다. 유아들은 동화를 읽고 그림을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동화의 앞 또는 뒤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무려 4년이나 준비한 끝에 출시한 교육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씨는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다"며 "힘들지만 사업을 하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 청소업으로 월 1억원 매출.
=건물 청소관리업으로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크리니트 오 훈 사장(39).
일반 청소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가맹점주가 영업을 뛰어야 하지만 크리니트의 경우 본사에서 일괄영업을 하고 가맹점주는 건물 청소관리만 하는 형태다.
창업비도 1000만원 대로 저렴해 기업 퇴직자 출신 가맹점주가 많은 편이다.
지금은 잘나가는 사업가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는 앞날이 불투명한 구조조정 대상자였다.
한화그룹 발전소에 근무했던 그는 IMF로 발전소가 매각대상이 되자 퇴사를 했고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받는 처지가 됐다.
2002년 드디어 창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창업한 지 6개월간은 한 건도 영업수주를 못했다.
사업 경험이 없던 오 사장은 큰 계약을 따기가 어려웠다.
경쟁자보다 좀더 좋은 기기와 약품을 사용하고 청소기술을 축적하게 되자 영업도 탄력을 받았다. 2003년부터 외국계 외식프랜차이즈와 용역계약을 한 일이 물꼬가 됐다. 지금은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
◆ 투잡 후 독립
=자수정삼겹살지휘본부, 북한분식점 날래날래를 운영하는 홍창표 사장(45)은 한라건설 출신이다.
IMF를 계기로 동료의 퇴사를 보면서 철밥통은 사라졌다는 현실을 절감한 홍 사장은´투잡´에 도전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8평 매장에서 인테리어필름(건축 마감재) 판매업을 했다.
직원이 3명으로 늘어나고 매출액이 6000만원에 육박하자 2000년 회사를 그만뒀다.
건자재 판매로 돈을 번 홍 사장은 평소 꿈꾸던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에 손을 댔다.
홍 사장은 평촌에 군대식 분위기 인테리어를 하고 자수정가루를 입힌 불판을 사용하고, 자수정을 넣어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등 특색있는 고깃집을 열었다.
손님들이 줄을 서 쉽게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면서 몇 번의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가맹점이 계속 늘어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에 도전했다.
홍 사장은 탈북자가 늘어나는 것에 착안해 탈북자 출신 북한 요리사와 함께 북한테마 분식집을 창업했다. 현재 3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심시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