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밥 체인점 시작했다 10억 빚더미
중저가 스파게티로 재도전해 빚청산
중저가 스파게티 전문점 ‘파스타리오’(www.pastario. com) 김동현(46) 사장은 1986년 대학 영문과 2학년을 마치고 무작정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어학코스를 마치고 비즈니스 칼리지에 입학해 경영 공부를 했다. 레스토랑 접시닦이, 사무실 청소부로 학비를 벌며, 졸업하게 됐을 무렵,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취직이 됐다. 공사 견적을 뽑는 일을 하면서 급여도 남들 두 배를 받았지만 견적사 일은 도전적인 김 사장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8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후배와 함께 광고회사를 차렸다. 주유소와 의류업체를 대상으로 광고판을 제작해 판매하는 일은 한 2년간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에 뒤처지면서 판로가 막혀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다.
두 번째 사업은 인테리어. 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거래를 이어가다 보니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때문에 98년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서게 됐다.
처음 시작한 브랜드는 피자와 케밥(터키식 고기요리)을 주 메뉴로 하는 ‘멜리’였다. 가맹점을 70개까지 늘릴 만큼 잘 나갔지만 물류까지 직접 맡아 덩치를 무겁게 하면서 어려움이 닥쳐왔다. 물건값을 제때 제때 결제해주지 않는 가맹점들이 늘어나면서 부채가 쌓여 3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빚을 남긴 채 사업을 접고 말았다.
이때 얻은 교훈은 ‘사업은 몸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 다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땐 가맹점으로부터 보증금도 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보증금은 프랜차이즈 본사에겐 안전판이긴 하지만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물건값을 제때 결제하지 않는 방어막 구실도 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 끝에 중저가 스파게티 전문점 파스타리오를 시작했다. 기존 1만원 내외의 스파게티 가격을 5000~7000원 대로 낮춰 대중성을 키우고, 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리조토(쌀을 주재료로 하는 이탈리아 요리)를 추가했다. 물류는 아예 외주를 주고 본사는 메뉴개발, 홍보, 가맹점 관리만 맡았다. 가맹점들의 몸도 가볍게 만들었다. 자체 개발한 소스를 완제품 상태로 공급해 주방장이 필요 없도록 했고, 2층 출점을 원칙으로 해 점포세를 줄였다. 지금 파스타리오 매장의 월세는 100만~200만원이 대부분이고 세가 비싼 가게에는 아예 출점을 자제시켰다.파스타리오의 창업 비용은 30평 기준 1억2000만원이다. 4년 만에 55호점을 냈다. 10억원 빚도 청산했다.
출처 : 조선일보 김덕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