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단골 아이템 치킨집의 허와 실
명성에 끌려 개설했다가
자칫 시설비만 날릴 수도
‘통닭에 맥줏집’은 수십 년째 단골 창업 아이템이다. 후라이드 치킨부터 찜닭, 불닭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닭 튀김은 대표적인 외식사업의 하나다. 그만큼 대중적이어서 실패하기도 쉬운게 치킨집이다. 섣불리 가게를 냈다가 ‘상투’를 잡고 시설비만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보통 치킨시장의 유행 주기는 길어야 2, 3년 정도”라며 “그 중에서도 분명 장수 브랜드가 있으니 창업시 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 파악이 중요=치킨집에 소스가 나온 것은 20여 년 전이다. 소금에 찍어 먹던 프라이드 방식이 대세였던 1980년대 중반, 페리카나.처가집 등이 ´양념통닭´이란 형태로 치킨시장에 새 바람을 넣었다. 90년대는 바비큐치킨의 시대였다.
명동바베큐 등 전통 방식으로 구워 기름을 뺀 스타일의 통닭이 유행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엔 안동찜닭.봉추찜닭 등 각종 야채와 함께 요리한 찜닭이 전국으로 퍼졌다. 2000년 들어선 간장소스가 주목을 받았다. 교촌치킨.포촌치킨 등에서 내놓은 담백한 소스가 기존의 매콤한 소스를 밀어냈다.
이와는 정반대로 극도의 매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닭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급변하는 치킨 시장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장수한 제품은 프라이드와 양념통닭 제품"이라며 "요즘은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특별 소스´를 개발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소스가 차별화 포인트=요즘 각 업체가 내세우는 소스를 보면 마늘.허브.호두.과일.약초 등의 천연재료로 만든 게 많다. 치킨 시장에도 ´웰빙´바람이 분 탓이다. ´치킨마니아´의 경우 와인과 오렌지를 이용한 소스를 개발했다.
특히 레드와인으로 숙성시킨 고기에 역시 레드와인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치킨이 이 업체의 주력상품이다. 이 업체 조민자 실장은 "와인 향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닭스´는 자사 제품에 일본식 소스를 접목시켰다. 일본 나고야 지방의 명물인 닭날개 요리를 내놓으려 이 업체 김병욱 본부장은 6개월간 일본의 유명 업소를 뒤졌다.
간장을 주원료로 한 나고야식 소스를 만들지만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꿀을 넣었다. 한방 재료를 내세운 곳도 있다.
´코리안숯불바베큐´의 경우 당귀.계피 등 23가지 한약재와 고춧가루로 만든 한방 소스를 내놨다. 독한 향을 줄이면서도 한방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회사 제효진 과장은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치킨 시장에선 이름난 프랜차이즈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며 "독특한 소스를 개발해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김필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