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벤처 창업자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구설수에 올라서가 아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현업의 ‘텃밭’ 다지기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창업주들은 글로벌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선인터넷콘텐츠업체 다날의 박성찬 사장은 최근 창립 9주년을 맞아 국내사업을 정훈진 콘텐츠사업본부장과 고광수 커머스사업본부장에게 맡기고 글로벌 사업에 주력키로 했다.
탄탄한 국내사업은 본부장들에게 맡기고 박사장은 벤처의 ‘초심’으로 돌아가 미국·일본·중국·대만 등 해외시장 개척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것. 박사장은 해외지사에 상주하며 해외사업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도 지난 4월 국내 미디어부문을 총괄해온 석종훈 대표에게 국내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해외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다져진 인터넷 비즈니스를 발판으로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라이코스’와 일본의 ‘타온’ 등 해외 포털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사장은 최근 초고속인터넷이 급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e메일, 커뮤니티, 검색 등을 기반으로 미디어 제국의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네오위즈 나성균 사장도 올 3월 이사회를 통해 박진환 사장을 국내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사장이 국내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대신 창업자인 나사장이 해외 비즈니스를 맡기로 역할분담을 한 것. 나사장은 특히 게임사업에 주력해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인 EA와 공동으로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을 공동개발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나사장은 대부분 해외서 생활하면서 한국게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NHN은 지난해 4월 각자대표제를 도입해 국내사업은 최휘영 대표가, 해외사업은 김범수 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한게임재팬 등 해외사업의 급속한 성장에 맞춰 신속한 대응체제를 갖추고 신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창업자들이 해외사업에 전담하는 것에 대해 “벤처정신으로 돌아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전과 창의성, 패기 등을 바탕으로 국내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라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김주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