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업에 나서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생들이 만든 창업동아리는 전국적으로 250여개가 있다. 참여 학생 수는 3만2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많지 않다. 사장을 포함해 사원 모두가 미성년자여서 법적인 절차를 밟기가 쉽지 않고 사업이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현직 마케팅 컨설턴트인 맹명관씨가 꼽은 ´고교생 창업 사례´를 들여다 봤다.
◆인천기계공고 ´클린모터스´=지난해 말 설립된 클린모터스는 자동차 내.외장을 스팀 청소해 주는 업체다. 인천기계공고 창업동아리 학생 14명이 모여 운동장 한 곳에 가게를 냈다. 처음엔 물 세차를 생각했으나 폐수처리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등 복잡한 환경기준을 맞추기가 까다로워 스팀 세차로 업종을 정했다. 지도 교사의 도움으로 당시 3학년이던 최진호 학생의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 나머지 2, 3학년 멤버들이 각자 마케팅 .영업.기술이사 등을 맡았다. 중소기업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장비 구입자금 400만원을 받았다. 주요 고객층은 인천시 교육청 소속 교직원들이다. 교사들이 입소문을 내준 덕에 홍보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기존 카센터에서 해주는 세차를 능가하려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세차 인원을 3명 이상으로 하고 보통 20분 걸리는 세차 시간도 고객이 원할 경우 40분으로 늘렸다. 가격은 8000원으로 정했다. 사람이 직접 하는 세차비치고는 싼 가격이다. 올해는 차 표면의 흠을 제거해 주는 서비스도 할 작정이다. 교사들을 상대로 신규 사업설명회를 열어 자금도 마련했다. 현재 3학년인 클린모터스 사장 문지현(19)군은 "6개월 이내에 투자원금을 회수, 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맹명관씨의 진단=주유소마다 자동세차 시설을 갖추고 있어 세차 시장도 포화상태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가격▶판촉▶제품▶유통이라는 ´마케팅의 4요소´에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 클린모터스는 이런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금 이 회사는 창업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가고 있다. 따라서 이전 제품의 ´이노베이션(혁신)´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 관련 사업은 기술력이 생명이다. 고등학생이라고 봐주는 게 없다. ´싼값´보다는 ´꼼꼼한 일처리´로 승부해야 한다.
◆선린인터넷고 ´IHRnet´=웹호스팅 벤처기업 아이에치알넷(IHRnet)은 서우석(21)씨가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만든 회사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선후배 3명과 함께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직접 활용하자"며 의기투합했다. 처음엔 간단한 웹페이지 제작을 주로 했으나 이듬해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대신 운영해 주는 웹호스팅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 웹호스팅은 용량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내도록 돼 있었다. 따라서 적은 용량의 간단한 홈페이지만을 운영하려는 사람도 일방적으로 정해진 가격을 내야 했다. 서씨는 이런 고객의 불만에서 착안해 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내도록 했다. ´틈새 시장´이어서 처음엔 반응이 좋았다. 월 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씨가 고등학교 시절 낸 창업 아이템은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아바타´를 오프라인에서 실제 인형으로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고안,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2003년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에서 본선에 올라갔다. 서씨는 지금 명지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금도 업체를 계속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서씨는 "웹서비스의 변화 속도에 맞춰 계속 사업 분야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씨의 진단=웹솔루션이나 웹호스팅, 홈페이지 제작 등 웹 기반 사업은 수요가 많은 만큼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런 만큼 차별화가 생명이다. 또 ´히트´친 사업에 만족하지 말고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계속 변해야 한다. 사용자.구매자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 아이템을 신중히 결정한다. ▶구매 변수▶소비자 성향▶사업 타이밍▶아이디어 모방에 대한 대비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금은 마케팅 기획 능력과 경영 안목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출처 : 중앙일보 김필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