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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4억 부도에서 벤처패자부활2006-11-15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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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억 부도에서 벤처패자부활…"실패보다 더 위험한 건 포기"

반도체장비ㆍ노래반주기 업체 아리랑멀티미디어의 김상조 대표(37)는 겨울이 무섭다.
2000년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 98년 서강대 대학원 재학중 반도체장비업체 모주를 설립했다가 2년 만에 부도를 맞고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재무이사의 횡령과 거래업체 부도로 무려 24억원의 빚더미에 앉게 된 후 삶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 노부모와 아내, 아이들을 공장 한켠 임시 주거지로 옮겼지만 당장 생활비도 없었다.

새벽 6시에 찾아와 욕설을 퍼붓는 채권자들을 피해 경기도 여관을 전전하다 결국 자신의 손목에 칼을 댔다.

그는 "붉게 흐르는 피를 보게 되니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병원으로 달려갔다"며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했다.

자살 소동 후 '죽을 용기로 살아보자'는 각오로 덤볐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신용불량자를 받아줄 직장이 거의 없었다. 간신히 취업을 해도 은행 차압이 들어오는 바람에 월급 한 푼 못 만졌다.

"어느 벤처회사에서 기술을 개발해준 뒤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신용불량자는 노동계약서도 쓰기 힘드니까요."우여곡절 끝에 빌딩과 공장을 매각한 후 3억원만 남기고 부채를 청산한 그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아리랑멀티미디어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모주를 운영할 당시 지분을 투자했던 노래반주기 유통회사로부터 경영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직원 4명에 불과한 부실회사였지만 밤낮으로 뛰면서 매출액을 2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흩어졌던 옛 모주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회사가 안정을 찾기 시작하자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인 김 대표는 금동화 원장의 도움으로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인 베어링리스 선형모터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양산을 준비중이다.

베어링리스 선형모터란 베어링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마찰이 없어 에너지 손실이 적은 부품이다. 또한 기존 선형모터의 소음과 윤할유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부품으로 현재 상용화가 80% 완료된 상태다.

"베어링리스 선형모터를 적용하면 시간당 3000개를 검사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생산비도 15% 정도 절감할 수 있어요."기술력은 있지만 한번 실패한 벤처기업인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7월 벤처패자부활제 문을 두드렸다. 1차 도덕성 평가는 통과했지만 2차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성ㆍ사업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지난 3월에 재도전했지만 역시 2차 평가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직원 11명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사업계획서를 재정비한 후 지난 7월 산업은행에 회사 지분 8%(5억원)를 넘기고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김 대표는 최근 이노비즈 인증도 받았다. 내년 1월에는 기보의 기술평가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포기입니다. 될 때까지 해볼 작정이에요. 언젠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날이 꼭 올 겁니다."그의 눈빛과 말투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출처 : 매일경제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