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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회전초밥집과 Zara2006-11-22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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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의류업체인 자라(Zara)는 세계 50여개국에 65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화려한 쇼핑지역에 위치해 부유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1991년부터 2003년 사이에 자라는 높은 성장을 보였다. 매출액은 12배, 순이익은 14배나 성장할 정도였다. 현재 창업자인 아만지오 올테가(Amancio Ortega) 회장은 스페인 최고의 거부다.

올테가 회장은 사업 초기에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공철학을 얻었다. “성공하려면 다섯 손가락은 공장에 다섯 손가락은 고객에 닿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즉시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이런 철학을 실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쉽다면 누구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나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는 이런 차이에서 빚어지고 있다.

올테가 회장의 말을 음미하면서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정신이 깃든 사업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회전초밥집’이다. 회전초밥집은 일반 일식집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그곳에서 벤치마킹할 것은 없을까.회전초밥집은 독특하다. 고객과 생산자인 주방장이 서로 마주 보고 상대방을 느끼면서 의사결정을 한다.

고객과 생산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대단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일식집의 고객과 주방장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 반면에 회전초밥집 주방장과 고객은 서로를 보면서 동시에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고객이 어떤 초밥을 먹는지를 옆에서 본 주방장은 해당 음식을 바로 보충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회전초밥집 고객은 자기가 좋아하는 초밥이 언제 자기 앞에 올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초밥의 흐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주방장의 상호 연계성(Connectivity)과 수요·공급 흐름의 가시성(Visibility) 능력에서 일식집은 회전초밥집을 따를 수 없다. 고객은 자기만을 차별화시켜주고 자기의 필요에 빠르게 대응해주는 제조업체에 마음을 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올테가 회장의 성공철학이다.

올테가 회장의 성공철학을 실행하기 위해서 자라는 시장에 신속히 반응하는 공급체인을 개발했다. 자라는 신상품의 디자인과 생산 및 배송 시간을 15일 이내로 줄여 세계 각국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15일이란 시간은 디자이너들이 몇 달씩 소요하면서 디자인하는 패션업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라는 제품별로 고객들이 좋아할 소량의 제품만을 생산 공급하는 유연한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자라는 다양한 최신 디자인을 신속히 그리고 소량으로 제공함으로써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85%를 정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업계 평균치인 60~70%를 훨씬 넘는 수치다. 그 결과 자라의 순이익률은 10.5%에 달하고 있으며, 7%인 베네통과 9.5%의 H&M, 0%의 갭(Gap)을 훨씬 앞서고 있다.

이러한 자라의 성공 배경에는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가 있다. 고객에서 매장 매니저, 매장 매니저에서 시장 전문가와 디자이너, 디자이너에서 생산 담당자, 물류센터 매니저에서 유통업자 사이에 꾸준한 정보 교환이 일어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생산라인 가운데 앉아서 시장 전문가, 구매 및 생산 담당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회전초밥집의 개념과 비슷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자인 과정의 속도와 제품 품질을 높이고 있다.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제일 먼저 고객에게 철저한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김태현 연세대 교수 · 경영학

출처 : 매경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