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처업계에 ‘나나로쿠 세대’가 뜨고 있다.
나나로쿠는 ‘7’과 ‘6’을 뜻하는 일본어로, 이른바 1976년 전후에 태어난 벤처 기업인을 가리킨다.
현재 나이로 치면 30세 전후다.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으로 대표되는 1세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樂天)을 운영하는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으로 상징되는 2세대에 이은 벤처 3세대다. 대표인물은 SNS 관련업체인 믹시(mixi)의 가사하라 겐지(笠原健治·75년생) 사장.
그는 도쿄대 경제학부 재직 중 구인사이트인 파인드 잡(Find Job) 운영으로 벤처업계에 뛰어든 뒤 2004년 2월 믹시를 설립, 등록자만 2백만명을 넘는 붐을 일으켰다. 지난 9월 도쿄 2부증시 마더스 상장 당일에는 주가가 공모가 1백55만엔의 2배가 넘는 3백15만엔까지 급등할 정도로 인기였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벤처업계의 새 신화 탄생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지원 벤처인 소큐어스(SOCUEUS)를 운용하는 가와치카 미쓰루(川近充·75년생); 여행정보 사이트인 ‘포트래블’을 만든 쓰다 젠타이(津田全泰·76년생·사진)도 나나로쿠 세대의 대표주자다. 가와치카는 도쿄도립대 재직 중 소큐어스의 전신인 캠퍼스 라이프를 창설해 사명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큐어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쓰다는 게이오대 졸업 뒤 라쿠텐에서 일하다 2003년 퇴직한 뒤 ‘입소문으로 설명하는’ 여행 사이트 포트래블을 창업했다.
일본 업계에서는 나나로쿠 세대의 특징을 ‘초식성’으로 표현한다. 공격적 경영으로 업계를 잠식한 1, 2세대의 ‘육식성’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무렵은 윈도 95가 등장했던 시절과 맞물린다. 인터넷이 삶의 일부가 된 이들은 유저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내 실생활과 직접 연결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들에게 공통되는 점은 ‘창업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일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를 자존심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생존경쟁, 약육강식의 기업 상황에서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당장 이들에게 기업규모 확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실제로 믹시의 종업원은 90여명에 불과하다. 소큐어스는 16명이다. 쓰다의 경우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사업을 또 하겠다며 포트래블을 팔기도 했다. 믹시의 가사하라 사장은 상장에 대해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조금 커지고 믹시가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내실있는 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상장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3세대 벤처인들의 이런 관념을 시대 변화상으로 설명한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사사키 도시나오는 “일류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흐름은 상존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에게 대기업은 더 이상 평생 직장이 아니며 오히려 창업을 위한 훈련 장소”라며 “돈도 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는 젊은 창업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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