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기본,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 .`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이 늘면서 생계형 창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돈 못지 않게 자부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가치지향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일명 프레스티지 업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치지향 창업자들은 일상적인 소비품목 중에서도 직업적인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업종을 찾는 게 특징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업종은 주로 건강ㆍ환경 관련 업종이거나 교육사업 등 전문성이 강한 분야다.
실내환경 개선사업이나 유기농 관련 사업은 대표적인 환경사업.
외식업은 유기농이나 식품안전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점이 선호된다.
교육사업은 종류도 다양하고 교육에 따른 보람을 느낄 수 있어 가치지향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 패션, 생활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전문 업종이나 명상원 요가원 등 휴식 관련 업종도 가치지향 창업자들이 선호한다.
특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 가장 인기 있다.
최근 들어 로드숍과 백화점 등에 건강기능성 전문점과 각종 차전문점이 급속히 늘고 있는데 이들 업종도 가치창업자들에게 인기 있는 업종들이다.
건강기능성 상품과 유기농제품을 판매하는 `내추럴 하우스 오가닉`은 올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한 이래 34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특히 유기농 전문점은 녹색소비와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기를 모으는 업종이다.
올가, 초록마을, 신씨, 해가온 등 갈수록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 바람은 전문점은 물론 외식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채식 사이트를 통해 육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에는 일반 음식점을 창업하기 꺼려졌다는 양동훈 씨(52ㆍ우쌈 답십리점). 양씨는 내 가족이 먹을 음식에 항생제가 첨가된 고기, 농약 친 야채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꺼림칙해 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택한 업종은 유기농 쇠고기 전문점. 유기농 채소와 함께 뉴질랜드산 무항생제 쇠고기를 1인분에 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사업 초기 유기농이라는 게 과연 고객들에게 먹힐까 불안했지만 개업 첫날부터 양씨 걱정이 기우로 드러났다.
창업한 지 10일 만에 평균 일매출 200만원, 30~35%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방문손님 홍보용으로 제작한 라이터 1000개가 일주일 만에 다 나갔을 정도로 주민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부 고객은 "왜 이런 매장이 이제야 생겼느냐"며 격려도 한다.
양씨는 영리 추구보다 건강식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에 천연재료 구입과정, 식자재 보관ㆍ관리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매장은 55평이고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포함해 3억원 정도 들었다.
소매업에서는 기능성과 건강을 함께 고려한 사업이 인기다.
광촉매 코팅을 한 아트플라워 사업이나 기능성 신발 전문점, 셔츠ㆍ넥타이 코디점, 친환경 제품 판매점 등이 대표적이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 건강을 되찾아 준다는 점이 보람 있어요."
기능성 신발을 판매하는 정혜진 씨(48ㆍ엠베테코리아 문정로데오점)는 신발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올바른 워킹을 통한 건강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전업주부였던 정씨는 다른 주부들처럼 오랫동안 부업을 꿈꿨지만 뭔가 가치있는 일이 아니면 열정을 쏟지 못할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기능성 신발을 착용한 후 용기를 내 창업에 도전했다.
교통사고로 근육감각이 사라지고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기능성 신발을 신어보고 효과를 체험하면서 이런 사업이라면 자신있게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올바른 걷기방법을 교육해 많은 사람들 건강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2005년 11월 1억6000만원을 투자해 창업했는데 현재 월 2500만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씨는 틈나는 대로 발과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매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무료 워킹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사업 역시 사명감이나 보람을 찾기 좋은 업종. "아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하루하루가 저에겐 천국입니다 ."
2005년 11월 인천에서 명품 유치원을 창업한 문경선 씨(33ㆍ위즈아일랜드 인천연수점). 문씨는 150평 규모에 4억원이라는 적지않은 투자를 해 창업했다.
고액 투자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교육사업은 수익보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교육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소극적이고 자기표현력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더 큰 창의력이 숨어 있는 보물창고"라며 "독서와 미술, 요리 등 다각도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문씨는 게임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창의력 교육에 매력을 느끼고 업종을 선택했다.
문씨는 대외적인 홍보로 원생모집에 치중하기보다 정기적인 교사 원내교육 외에 아이들 교재ㆍ교구 충원, 교수법 개발 등 내실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씨 교육원은 원생 중 3분의 1 정도는 다른 구 어린이로 구성될 만큼 인기다.
월 매출은 3000만원. 순수입은 월 800만원 정도다.
교육사업은 화이트칼라층과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분야다.
영어 수학 명품유치원 논술 창의력 과학영재 등 분야도 다양한 데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어 어느 정도 자질을 갖춘 창업자라면 체인본사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투자비도 5000만원대부터 수억 원대까지 다양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고학력 창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돈보다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웰빙을 중시하는 가치관 변화도 가치지향 창업 트렌드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