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망을 꿈꾸는 1월.
결혼과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둔 주부라면 ‘나만의 일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대는 시기다.
갈수록 빡빡해지는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부업으로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만으로 이룰 수 없다.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세상 흐름에 밝은 주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만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여성 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지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이제 막 내 일에 대한 소망을 품은 주부를 위해 한발 먼저 일을 찾아 나선 주부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들에게서 ‘내 길’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
#사례1
경기 양주시 삼숭동에 사는 박귀선(34) 씨는 2002년과 2003년 태어난 연년생의 두 아이를 키우다 우울증에 빠졌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깊어갔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취미를 찾았다. 바느질이었다.
집에 있던 수건은 박 씨의 바느질 작업을 거쳐 장난감과 딸랑이로 변신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곤 바느질에 더욱 재미를 붙였다.
그의 작품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고 인터넷 사용자들이 판매를 요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용기를 얻은 박 씨는 지난해 3월 바느질 노하우를 소개한 책 ‘첫 아이 선물 DIY’를 펴냈다.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꼼지닷컴)에선 바느질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담아 세트로 팔고 있다.
현재 그의 쇼핑몰은 남편까지 매달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웃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 스튜디오와 작업실로 사용한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직장보다 만족도가 높다.
#사례2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현지원(29) 씨의 일터는 자기 집 주방이다. 1주일에 3, 4차례 오전 10시쯤이면 주부들이 찾아온다.
이때부터 맛있는 케이크와 앙증맞은 과자를 만드는 그의 비법 전수가 시작된다. 수강생은 3명 이내. 이렇게 한 번 강의하고 그가 받는 돈은 1인당 5만 원이다. 별도 주문을 통해 직접 만든 케이크도 판다. 현 씨의 케이크 맛에 반한 사람들은 케이크를 사러 직접 집으로 온다고 한다.
현 씨는 미혼 때 일본에서 제과제빵 분야의 자격증을 땄고 귀국 후 제과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력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제2의 직업’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강의 횟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즘 그의 한 달 수입은 웬만한 사무직 여성보다 많다.
○취미와 인터넷의 결합
“처음에는 더디고 힘들어요. 아이 돌보느라 하루에 열 땀밖에 작업을 못할 때도 많았죠. 처음 백화점 강의를 했을 때는 수강생이 4명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급할 것 없잖아요.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조금씩 꾸준히 해보세요.”
자신의 바느질 취미를 살려 온라인 쇼핑몰을 연 박 씨의 조언이다. 그의 경험담에는 취미를 일로 발전시킬 때의 장점이 들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성과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인프라가 이들에겐 훌륭한 사업 밑천이다. 요즘 젊은 주부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는다.
집안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던 김미아(30) 씨는 미니 홈페이지에서 인기를 얻어 2005년 7월 ‘공간사랑’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자기 취미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보고 나도 시작했다”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지식도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익혔다”고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김 씨의 인테리어 아이디어에 탄복한 사용자들은 그의 든든한 고객이 됐다.
취미가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 큰 수익을 안겨 주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공경림(36) 씨는 천연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교육과 판매를 하면서 많을 때는 월 600만∼700만 원, 적을 때는 300만 원가량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공 씨는 우연히 천연비누로 효능을 본 뒤 2001년부터 외국 인터넷 사이트 등을 뒤지며 천연비누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당시엔 제조법이 생소한 데다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외국 책을 뒤적이고 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원료를 부탁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공 씨는 “전업주부일 때보다 스스로에게 당당해진 것 같아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의 주부 창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1980년대 미국 사회에서 붐을 이룬 소규모 창업의 주역은 주부들이었다”며 “요리도구 사용법만을 알려주는 식의 세분된 분야도 창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혼 때 하던 일이 밑천
창업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창업 원칙은 단순하다.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 새 일을 찾으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 직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인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외국계 화장품 회사와 명품 회사에서 각자 마케팅 업무를 했던 김민정(37) 황성원(36) 박진여(35) 씨는 직장을 그만둔 지 3년만인 지난해 7월 ‘드레스캠프’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백화점 판매직원의 유니폼을 제작하고 각종 판매촉진 행사에 필요한 사은품 등을 공급한다.
친구로 지내던 이들은 자아실현과 경제적인 독립을 목표로 동업을 결심했다. 말은 동업이지만 서로의 인맥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사무실도 빌리지 않았다. 김 씨의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가 회의실이자 사무실이었다.
김 씨는 “전 직장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며 “주변으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무실을 따로 구해야 할 정도로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은 과거 직장에서 했던 일에서 구했다. 가사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있을 때는 서로 업무 시간을 조정해 극복하고 있다.
아이를 수시로 돌봐야 하는 처지라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에 욕심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화그림을 그리는 전복순(38) 씨는 대학 졸업 후 잠시 출판사에서 그림을 그렸다. 1997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나선 그는 해당 분야의 인맥을 넓히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실력만 있으면 나중에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 덕분에 지금은 7세와 6세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이다. 마감에 쫓길 때는 아이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겨야 할 정도로 몸이 힘들지만 생활은 만족스럽다. 집안일 때문에 일감을 줄인 요즘은 한 달에 평균 150만∼200만 원을 번다. 일러스트 분야의 월 소득은 일감과 실력에 따라 100만∼500만 원으로 편차가 심한 편이다.
집에서 제과제빵교실을 열고 있는 현지원 씨는 “일본에서 요리를 배울 때 가정집 요리교실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봤다”며 “미혼이던 그 때부터 집에서 진행하는 제과제빵교실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수강생들도 대부분 주부여서 서로 시간을 맞추기 좋다. 현 씨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배운 수강생 중에는 같은 일을 하려는 계획을 가진 주부도 많다.
○배워서 내 일을 갖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거나 취미가 없더라도 자기 일을 가질 수 있는 길은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정임(42) 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특기적성교사로 활동 중이다. 2002년 서울 강남구여성센터에서 영어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씨의 전략은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 그는 “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다”며 “수업 준비를 하는 엄마 모습을 보고 옆에서 영어를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센터에서 6개월가량 배운 뒤 여성센터의 소개로 2003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현재는 1주일에 3일 유치원(오전)과 초등학교(오후)에서 가르친다.
요즘 같은 방학엔 월 소득이 200만 원 안팎. 학기가 새로 시작되는 봄이면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늘어나 초등학교에서만 250만 원가량 받는다.
이 씨처럼 배워서 취업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분야는 ‘방과 후 교실’(영어 암산 등)과 전산회계, 컴퓨터, 학습지 교사 과정 등이다. 출장요리나 웨딩플래너 과정에 관심을 갖는 주부도 적지 않다.
취업에 필요한 교육은 전국 50곳에 있는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이와 별도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발전센터나 여성센터를 운영한다. 이런 곳에서는 교육과 취업알선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전국 80여 곳에 있는 고용지원센터는 실업급여 업무 외에 취업알선 업무를 강화했다. 인터넷 사이트 잡넷(www.jobnet.go.kr)에 가면 민간 일자리 알선 사이트에 나온 다양한 구인정보를 통합 검색할 수 있다.
노동부 취업전문 강사로 활동 중인 최진희 씨는 “희망하는 직종과 관련된 경력과 자격증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경력이 없다면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먼저 경력을 쌓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