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판을 내건 `학교기업`이 출범한 지 2년을 넘어서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부 학교기업은 대학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재정수입까지 늘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학교기업은 대학이 특정 학과와 연계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학교 내 수익사업체를 말한다.
대학은 그 동안 규정상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일부 사립대학이나 재단은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
연세우유와 건국우유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다 2004년 3월 정부가 교육과 연관 있는 사업을 허용하면서 학교기업 설립이 가능해졌다.
2004년 말 18개 대학이 1기 학교기업에 뽑혔다.
지금은 고등학교 학교기업까지 모두 127개에 달한다.
학교기업은 학생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재학생들이 학교기업에서 현장실습을 겸해 작업을 하면 학기중에는 학점을 딸 수 있고 방학중에는 돈을 벌 수 있다.
특히 강의 내용을 실무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
◆ 경남정보대학 슈키트, 신소재 욕실ㆍ실내화유럽 5개국에 수출 = 부산시 경남정보대 산학협력관 1층에 자리잡은 학교기업 `슈키트(SHOE KIT)` 공장. 직원 10여 명이 욕실화와 어린이용 실내화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낸다.
일부는 사출기계에서 조립되는 신발 완제품을 검사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슈키트(대표 황일주)가 생산하는 신발들은 오는 15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5개국에 수출용으로 선적된다.
`베릭스`라는 브랜드로 외국에 나가는 이 신발 물량은 1차로 10만달러어치다.
30만달러어치의 2차 수출계약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학교기업은 몇 군데 있지만 실제 수출이 이뤄지기는 슈키트 신발이 처음이다.
경남정보대 신발패션산업과 교수들이 학교기업을 설립한 것은 2004년 6월. 욕실화와 어린이 실내화용 소재 개발에 나섰다.
기존 제품들이 값싼 소재로 만들어져 대체로 미끄러운 데다 디자인도 평범했기 때문. 슈키트 제품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뛰어나고 물기가 잘 마르며 촉감도 좋아 욕실화와 실내화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키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EVA(소프트 발포체)에다 첨가물을 넣어 신소재를 개발한 것. 교수들이 부산 신발업체 경력 20년 이상인 기술자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기술 개발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디자인도 세련되게 뽑아냈다.
슈키트는 다음달부터 국내 대형 할인매장에 공급한다.
올해 예상매출은 7억원 이상이다.
슈키트는 부산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신발산업 맥을 이어갈 `기대주`로 떠올랐다.
◆ 경희대 한방재료가공, 홍삼녹용대보진액홈쇼핑ㆍ백화점 납품 = 경희대 학교기업인 `한방재료가공`(대표 조인원)은 홍삼녹용대보진액을 만들어 `대박`을 터트렸다.
2005년 말 홈쇼핑을 통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 지금까지 1년 남짓 140억원어치나 판매한 것.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나은 수준이다.
한방재료가공도 처음부터 쾌속질주를 한 것은 아니다.
돌파구는 홈쇼핑에 있었다.
한방재료가공 학교기업 운영이사인 이민호 교수는 "건강보조제품은 많은 돈을 들여 광고하는 것보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서 제품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홈쇼핑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학교기업은 90%에 달하는 홈쇼핑 판매비중을 50% 미만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와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한방재료가공은 다음달 초 미국에 홍삼녹용대보진액을 첫 수출한다.
물량은 50만달러어치. 올해 300만달러 이상 수출해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매출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두원공대 두원정밀, 車부품등 금형제품가공비용 25% 절감 = 두원공과대학 학교기업인 두원정밀(대표 이해구)은 정밀기계 분야를 특화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문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최첨단 금형생산 능력을 갖추고 자동차 디젤엔진용 연료분사장치의 핵심 제어기구인 바렐(barrel)과 플런저(plunger)를 생산한다.
특히 쾌속원형제작기(RP) 등 초정밀 금형제품을 시중 가공비용에 비해 4분의 1 가격으로 생산ㆍ공급한다.
일본 후지전기 등에도 CNC자동화 기기 등을 개발해 판매한다.
매출액은 아직 크지 않지만 지난해 3억6000만원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4억원이다.
7명에 불과한 상주인력도 올해 더 늘릴 예정이다.
또 정밀금형 가공기업인 일진기계, 협립기계공업과 인력ㆍ기술교류 등 협력관계를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학교기업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일 교수는 "다양한 현장 실습으로 적응력이 뛰어난 우수 인재를 육성ㆍ공급하면서 해당 기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 대덕대학 D2E로보틱스, 교육용 로봇ㆍ기자재30여종 개발해 공급 = 대덕대학 학교기업인 D2E로보틱스(대표 한숭동) 성장세도 눈에 띈다.
2004년 6월 문을 연 D2E로보틱스는 창업한 지 2년6개월여 만에 누적 매출액 6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총매출액 10억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D2E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제품은 교육용 로봇과 로봇교육 기자재 등 모두 30여 종을 헤아린다.
1억원을 들여 개발한 지능형 휴머노이드 교육로봇(D2E-1)은 대당 3500만원을 호가하는 데도 이미 4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8월 개발 완료한 공공서비스 로봇은 경기도 의정부도서관과 발안도서관에 공급됐다.
이 회사 전 직원은 9명. 교수 3명이 기술개발과 제품설계를 맡고, 아르바이트 학생 20여 명이 조립한다.
박원성 D2E로보틱스 과장은 "소형로봇 핵심부품인 소형모터를 수입산에 비해 절반 가격 수준에 만들어 낼 계획"이라며 "이미 소형모터 성능테스트는 거의 완료한 단계"라고 말했다.
◆ 한국외대 i-외대, 신개념 영어캠프등교육콘텐츠 차별화 = 한국외국어대 학교기업인 `i-외대`(대표 박철)는 50년 전통의 외국어 전문대학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학생을 상대로 한 외국어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7월 `주니어 하계 영어캠프`는 예상인원 400명을 훨씬 뛰어넘은 700여 명이 몰렸다.
가히 `인기폭발`이다.
i-외대가 2004년 9월 설립 이래 올린 매출은 25억원 정도.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i-외대는 내다보고 있다.
대학생 외국연수사업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i-외대는 초ㆍ중등 학생용 영어평가시험(주니어 플렉스)도 개발중이다.
이종완 i-외대 사업국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경기 용인시, 경북 울주군, 부산시 금정구와 함께 공교육 개념을 적용한 영어마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