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는 무섭다.
세상 물정은 잘 몰라도 사업에 관심이 있으면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든다.
월급 꼬박꼬박 받는 직장에 익숙해지면 기회를 잃지 않을까 두렵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위험 부담은 크지만 좀더 일찍 내 꿈을 펼치고 싶은 20대 청년 사업가들의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블로그 입소문 마케팅 플랫폼으로 회사를 설립한 강찬구 크림에이드 대표, 가방전문업체 TRS의 이주훈 대표, 창업 6년째에 접어든 박문성 세라텍 사장 등 이들의 창업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 블로그 마케팅 강찬구 크림에이드 대표 = 대부분 대학생들은 사회생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창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뛰어난 아이디어만으로 과감하게 사업화에 뛰어든 사례는 의외로 많다.
강찬구 크림에이드 대표(29)는 2005년 KAIST 전산학과 대학원 시절 개발한 `블로그 입소문 마케팅 플랫폼`으로 회사 설립에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들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블로거가 글을 쓰면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체험 공유 네트워크.
온라인상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직접적인 의사소통 통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가령 맥도날드가 햄버거 신제품 캠페인을 펼치면 블로거들이 먹어본 경험이나 관련 정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이때 크림에이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고유 코드값을 블로그 글에 삽입하면 맥도날드가 이 글을 읽고 선택해 보상금을 지불한다.
보상은 이메일 통지를 통해 온라인 결제시스템으로 이뤄진다.
강 대표는 "기업들이 주제를 제시하면 사용자들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이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들에게 사용자 제작 콘텐츠 (UCC) 보상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로그와 UCC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대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에 나섰다.
기술력만 믿고 무턱대고 덤볐지만 회사 설립 절차와 재무, 마케팅 등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막막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KAIST의 기업가정신센터(센터장 양태용). 벤처기업 관련 법과 경영전략을 배우고 사업계획서 초안 작성을 배웠다.
지난해 6월에는 실질적으로 벤처 창업 과정을 지원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의 하이업(High-up) 프로그램을 밟았다.
하이업은 미국 샌디에이고 커넥트 프로그램을 대덕 실정에 맞게 변형한 프로그램. 초기 창업자들이 전문가 그룹의 개별 코치를 받아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투자 유치, 코스닥 상장까지 체계적인 교육이 실시된다.
손영복 한국기술거래소 사장, 심규태 한국CFO스쿨 대표, 정민철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 정준 쏠리테크 사장 등 마케팅 재무 회계 자금조달 분야 전문가 20~30명이 코치로 참여해 도움을 준다.
강 대표는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5분 안에 사업내용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며 "대덕특구의 조직적인 지원과 폭넓은 인프라스트럭처 덕분에 사업화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만난 기업 대표들과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설립 자본금 5000만원도 끌어냈다.
또 지난해 말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회장 이기태)가 주최하는 정보통신 벤처창업경진대회 대상을 거머쥐는 행운이 잇따랐다.
전도유망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받은 강 대표는 요즘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 요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무용지물이죠. 현재 기업체 3~4곳과 구체적인 거래를 협의중이어서 올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겁니다 ."
■ 액정보호필름 제조 박문성 세라텍 사장 = 박문성 세라텍 사장(29)은 올해로 창업 6년차다.
세라텍은 휴대폰 PDA PMP PSP MP3 등 전자제품 액정보호 필름을 제조하는 회사다.
그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액정보호 필름을 자체 개발하고 단가를 3분의 1로 낮춰 시장을 단번에 선점했다.
박 사장은 2002년 군 제대 후 대학생 신분으로 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단돈 70만원을 갖고 첫 사업아이템으로 선택한 것은 패션문신 스티커였다.
습식이형지를 사용해 간단히 문신을 새기고 오일 한 방울로 지울 수 있는 즉석문신을 개발했던 것. 당시만 해도 그리지 않고 붙인다는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었다.
때마침 2002년 월드컵 특수와 맞물려 세라텍 패션문신 스티커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열흘 만에 1억원 수익을 남겼으니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남대문시장과 장안동시장에서 물건 주문이 쇄도했고 거리 판매대에서도 그가 디자인한 문신 제품이 팔려나갔다.
박 사장은 패션문신 사업에 성공했지만 재빨리 다음 사업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문신은 여름 한철용 제품인 데다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 1년 내내 팔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그는 일본에서 100% 수입하던 액정보호 필름을 국산화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나섰다.
재료시장과 제조공장을 발품팔며 다닌 끝에 3개월 만에 품질은 같은 수준이지만 장당 7000~8000원짜리 일본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2000~3000원짜리 액정보호 필름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일본 제품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2004년 정면에서는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보보안 필름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수입 제품을 국산화했다는 자부심과 여러 사람이 제가 개발한 제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때 창업한 보람을 느낀다"며 "지금은 선점하고 있지만 가격경쟁이 치열한 아이템인 만큼 디자인을 강화한 신제품으로 계속 차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대 창업에 대해선 "경험이 없어 힘은 들지만 자기 일을 한다는 보람이 더욱 크다"며 "젊음과 패기가 있어 실패를 해도 시행착오라는 자산을 가질 수 있는 20대 창업은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문성 세라텍 사장은 아직 동국대 전자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발명장학생 1ㆍ2ㆍ3등급을 수상했고, 특허청장상 4회 수상했다.
동국대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한국컴퓨터정보학회장상 외 다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 스포츠배낭 전문 이주훈 TRS 대표 = "국내외 공모전과 전시회야말로 진취적인 제품을 알리는 데 가장 좋은 통로죠."
가방전문업체 TRS 이주훈 대표는 이제 만으로 서른이 되는 젊은 사장이다.
우연한 발명 하나로 창업한 것이다.
2002년 대전 한밭대 공업디자인전공 학생이던 이 대표는 평소 스키장에서 무거운 부츠와 스키를 들고 다니는 게 불편해 `스키를 가볍게 나르는 기능성 배낭`을 디자인했다.
그 기획안은 2003년 대전산업디자인전과 벤처창업대전에서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지방대 출신이라 특정 기업에 어렵게 입사하기보다 창업을 해서 자신의 발명품을 인정받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상금 1500만원을 밑천으로 창업하면서 그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덤벼보자는 생각에 2004년 경영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당시 경영학과 박준병 교수 조언대로 디자인아웃소싱을 결심했다.
그래서 국내 최고급 디자인전문회사를 찾았지만 배낭디자인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협력관계에 있던 영국 디자인회사 볼튼어소시에이츠를 소개받았다.
이 대표는 최고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스포츠용 버클 세계 1위인 우진프라스틱에 무작정 찾아갔고 회사 임원을 감동시켜 시제품 버클도 공급받았다.
최종 제품은 스키 부츠나 인라인스케이트를 담는 속가방을 따로 두고, 250㎏ 무게도 지탱할 만큼 튼튼한 우레탄과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했다.
그의 기능성 배낭은 2005년 벤처디자인상 대상은 물론 한국디자인진흥원의 GD마크까지 얻으며 인정받았다.
배낭의 주 시장이 될 유럽을 겨냥해 참여한 2005년 스위스 제네바 발명전에서도 스포츠 부문 금상을 받아 주목받았다.
이주훈 사장은 "초기에 학교 벤처창업센터 이장훈 매니저가 지원해줘서 사무공간을 확보하고 전시회 참가비도 지원받았다"며 "핵심 이외에 아웃소싱하는 전략은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충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시회에서 인정받은 제품도 영업과 마케팅에서는 쉽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국외 대형 에이전시와 거래하기 위해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2006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 아이템을 다양화했다.
지난해 억대 매출을 올렸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물량을 토대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제조 아웃소싱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훈 대표는 "국내외 전시회에 열심히 다니며 마케팅과 영업을 하고 있다"며 "전문 가방업체로 이름을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