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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디어와 배짱으로 인생 바꿨죠2005-10-11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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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들이 한번쯤은 꿈꿔 봤을 법한 이야기. 빵점 인생 백수건달이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입사해 성공한다는 드라마 ‘신입사원’. 단순히 강호로 분한 신화의 에릭이 멋있어서 그 드라마가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강호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 비판과 대리만족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진짜 ‘강호’가 나타난 것이다. 유승현씨(24). 허구 인물 강호가 운으로 입사했다면 이 청년은 아이디어와 패기로 무장,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씨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그룹 제네시스의 기획실 신규사업팀 팀장이다. 제네시스는 BBQ, 닭익는 마을, 찹스 등 7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가진 알짜기업. 지방 2년제 대학 중퇴 후 입사 6개월 만에 그는 제네시스가 최근 비밀리에 진행시키고 있는 ‘G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았다.

G프로젝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그의 아이디어다. 유씨가 이 회사에 입사한 배경은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해 겨울 갓 제대를 한 뒤 신문 경제면에서 제네시스의 윤홍근 회장 인터뷰 기사를 봤죠. ‘학벌, 지연을 떠나 능력있고 창의적인 사람을 원한다’는 회장의 말에 이메일 주소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주저없이 이메일을 보냈죠.”

이메일 속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한 아이템이 있는데 성공을 확신합니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마음에 드시면 저를 제네시스의 엔진으로 썼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긴가민가한 시간이 흐르고, 3일 만에 연락이 왔다. 2004년 12월14일. 그로부터 정확히 보름 후 회장실에서 회장과 독대했다. G프로젝트에 대한 1시간 가량의 질의와 응답. 윤회장은 지체없이 그를 선택했다. 유씨 역시 대학 중퇴라는 어쩌면 버리기 어려운 카드를 내팽개치고 이듬해 1월4일 첫 출근했다.

그렇다면 중견기업의 녹록지 않은 회장을 매료시킨 ‘G프로젝트’란 무엇일까. G는 김밥의 영문표기 ‘gimbob’의 첫 글자. 이 프로젝트가 잉태된 것은 8년전. 유씨는 고교시절 친구들과 김밥을 먹던 중 물음표를 떠올렸다. ‘왜 김밥 한 줄에는 똑같은 맛뿐일까’, ‘여자들이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작고 귀여운 김밥은 없을까’. 유씨는 그때 이미 ‘럭셔리한’ 분위기에서 ‘골라먹는’ ‘작은’ 김밥을 상상했다.

8년간 상상 속에 머물던 ‘골라먹는 김밥’은 6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유씨는 입사 후 6개월간 자신을 구원한 G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지난 6월29일 그는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 앞에서 G프로젝트의 베일을 벗겨냈다.

1시간 남짓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그를 회장이 불렀다. “당신은 이제부터 사원이 아니라 팀장이오.” 유씨는 순식간에 8급 고졸사원에서 5급 대졸 4년차 대리가 됐다. 450명의 직원들은 이를 ‘회장의 6·29 선언’이라 부른다.

이후 유씨는 일본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룹내 음식 맛을 연구하는 중앙연구소와 함께 땀흘린 끝에 50종류의 김밥을 탄생시켰다. 이름하여 ‘골라먹는 김밥 체인점’. 이달말 종로와 신촌 두 곳에 문을 연다. 한 젊은이의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에 2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베팅한 배포 큰 윤회장이 함께 일궈낸 작품이다.

“절벽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세요. 물러설 곳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밖에요. 거기에 길이 있지 않을까요.” 취업난에 젊음을 유린당한 우리시대 청년백수들에게 그가 던진 화두다.

출처 : 경향신문 심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