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3명이 세운 벤처기업 ‘QLT코리아’는 지난해 말 자신들이 발명한 ‘원터치 발열 손난로’를 온라인 쇼핑몰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한 달 만에 4000여 개가 팔려나가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 공동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창섭(27); 김동남(27); 윤준석(27) 씨.
이들은 2004년 6월 친구들이 한창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을 무렵 창업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각자 변리사 학자 엔지니어를 꿈꿔온 만큼 개인의 장기를 잘 살린다면 ‘대박’을 터뜨릴 만한 발명품을 내놓을 자신도 있었다고 한다.
버튼만으로 불을 붙일 수 있는 손난로 ‘S-BOSTON 원터치’도 그중 하나다.
논술세대인 이들은 추운 대학 강의실에서 언 손을 비비며 논술시험을 보던 경험을 되살려 ‘라이터가 필요 없는 손난로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게 됐다. 라이터나 성냥으로 불을 붙여야 하는 대부분 시중 제품의 불편함이 이들에게 발명의 계기가 된 셈이다.
6개월여의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9월 원터치 손난로 개발에 성공했고 부산에 생산 공장도 세웠다. 이 제품은 특히 라이터를 들고 다닐 일이 없는 중고교생이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QLT코리아는 원래 손난로가 아닌 자동차를 연구하는 벤처기업. 대부분의 대학생 벤처기업이 주로 게임이나 모바일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리는 것에 비해 이들은 딱딱한 기계 덩어리에 신세대의 아이디어를 입히는 하드웨어 발명업체다.
휴대용 발열체 특허, 자동차용 햇빛가리개 특허 등 이들이 지난 2년간 학업과 병행하며 발명해낸 기술만 8가지. 4개는 특허로 출원됐고 나머지는 실용신안으로 등록됐다.
기계공학도인 이들이 벤처사업가로 들어선 것은 2004년. 우연히 서울 모터쇼에 갔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만든 8억 원 상당의 최고급 자동차 마이바흐에도 1930년대식 수동 햇빛가리개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1년여의 연구 끝에 이들은 차량 내부 센서로 운전자의 앉은키와 시야 범위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햇빛가리개를 개발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 자동차 메이커 최고경영자(CEO)를 찾아가 제품을 소개했고 호평도 들었다. 하지만 너무 앞서나간 탓인지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버튼으로 작동하는 반자동식으로 기능을 단순화해 현대자동차를 찾아갔다. 현대차는 바로 그 자리에서 20년간 QLT코리아의 특허를 사용하는 대가로 차량 1대당 로열티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QLT코리아 설립 1년 만의 첫 매출이었다. 이들은 최근 유럽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애프터서비스업체와 공급계약을 진행 중이다.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창섭 씨는 “우리 주위를 보면 20세기 초중반에 출시된 후 불편함을 느끼면서 그대로 쓰는 제품이 많다”며 “앞으로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로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는 발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