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에서는 퇴직에 대비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란 퇴직을 앞두고 창업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외환위기 후 계속되는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으로 고용이 불안해지자 직장인들이 적극적인 퇴직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 당장 퇴직이 아니더라도 장래 창업을 위해 주경야독하는 '샐러던트'(샐러리맨+학생)도 부쩍 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퇴직 후 역경과 실패를 딛고 창업에 성공한 사례는 가장 좋은 학습이 된다.
"관리자에서 손님을 모시는 처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많은 자기 수련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성공은 마음 관리에 달렸다고 판단했고 생각을 바꾸려고 남모르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대기업 해외지사장까지 지냈던 안재흥 씨(45ㆍ섬마을이야기 천호역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점 사장이 될 거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서비스 매너가 최고 좋은 음식점 사장님이라는 평을 듣는다.
안씨는 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종합무역상사 해외지사장 자리를 그만두고 명예퇴직했다.
명퇴 후 그는 주재했던 나라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했다.
3년 정도 순조롭게 되는가 했지만 중국산 저가제품에 밀려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해 새로운 사업을 하기 로 하고 석 달 동안 정보수집과 시장조사를 했다.
신문이나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면서 주변의 업소들도 방문해 매출조사를 했다.
맨 처음 생각했던 업종은 대부분 대기업 퇴직자들이 그렇듯이 안정된 대기업의 베이커리 브랜드였다.
하지만 폼도 나고 편할 것이라 생각했던 업종은 조사결과 편하지도 않고 수익성이 높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대신 음식점과 주점이 결합된 업종이 눈에 띄었다.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해산물 주점을 선택하기로 했다.
투자비는 이전에 하던 사업에서 남은 재고를 팔아 마련했다.
빠듯하게 창업할까 생각했지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집을 담보로 1억5000만원, 보험을 담보로 5000만원 해서 합계 2억원을 대출받았다.
점포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40만원, 권리금은 7000만원대였다.
안씨가 창업에 나서면서 영양사인 아내도 적극 참여했다.
외식업 경험이 없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책도 읽었는데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맛, 서비스, 청결이었다.
그는 복잡한 성공전략보다 간단한 것을 철저히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세 가지 요건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맛을 지키는 데는 영양사인 아내 도움이 컸다.
손님들에게 맛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 체크했다.
반응이 나쁜 음식은 당일 판매를 중지하고 주방장과 상의해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반복해서 맛 개선작업을 했다.
서비스도 성공비결. 안씨는 직장생활 경험을 살려 손님을 대할 때 바이어를 접대한다는 마음을 갖는다.
가게 문을 열기 전엔 직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실시한다.
청결관리도 중요한 사항. 새벽까지 영업을 하면 빨리 집에 가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반드시 다음날 영업 준비가 될 정도로 완벽하게 청소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청소를 하고 매일 아내가 냉장고를 점검해서 재고없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한다.
안씨의 월소득은 800만원 선. 창업 4개월 만에 올린 성적표로는 만족스럽다.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