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 Success]이희자 ㈜루펜리 사장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 헬렌 켈러의 말이다. 세상을 살다가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할 때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20년 이상 주부로 살다가 40대 후반에 창업 대열에 합류한 이희자 (주)루펜리 사장(53)은 시련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워낸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 도전
이 사장은 지난 2003년 회사를 설립한 후 `루펜’이란 상표의 음식물처리기를 시장에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5년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지난해 500억원으로 급격한 매출 성장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일본과 중동 등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1000억원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갈수록 환경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에 눈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제가 23년 동안 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사장은 대부분 대단위 신규 아파트의 주방가구와 연계된 빌트인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 10곳 중 9곳이 루펜을 납품받을 정도로 공동주택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의 제품과 달리 남은 음식을 냄새와 소음 없이 건조시키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 쓰레기 부피를 5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원적외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탈취시스템으로 악취를 강제로 흡입, 배출해 세계최초 특허를 따냈다.
"올해 1월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대량 구매가 이루어 지고 있어 매출 상승이 기대됩니다. 또한 5월부터 출시할 저가품은 홈쇼핑 및 대형가전 매장 및 대형 마트에 입점할 예정이며 업소용 제품의 기술 혁신으로 재활용이 바로 될수있는 신제품이 개발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음식물 처리기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시련
이 사장은 남편이 26년째 환경사업을 하고 있어 한때는 `사모님` 소리 들어가면서 편하게 살았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던 외환위기로 생각지도 않던 고생을 경험했다. 군납업체를 운영하던 그의 남편은 해군에 상당량의 물건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해놓은 상태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달러가 나가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계약이 깨지면서 살던 집이 경매로 날아갔고 지급보증을 서줬던 친정 부모님과 친정 동생들 5명의 집까지 곤란을 겪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비닐하우스로 내몰리는 인생 밑바닥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그냥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 사장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005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화된다`는 뉴스를 보고 막연하게 `음식물 처리기’같은 기계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어떻게든 제품화해 사업을 일으키는 것만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 좋게도 중소기업창업지원자금을 받아 개발을 시도하면서 그의 사업 인생이 열렸다.
# 열망
자본도 인맥도 기술도 없이 4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했다.
"고교 시절 저는 큰 사업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이병철이나 정주영 회장 등의 전기를 읽으면서 `남자로 다시 태어나면 사업을 멋지게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의 반대에 부딪쳐 뜻을 펼치지 못하던 그는 조안 리의 자전적 에세이 `스물아홉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이라는 책을 읽은 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일을 벌였다.
"조안 리는 마흔 아홉에 성공을 했지만, 나는 마흔 아홉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남편 몰래 아파트를 담보로 2억 원을 대출받고, 친구들에게 빌린 돈 등을 합해 자본금 5억원으로 일을 저질렀다. 물론 이 일을 알게 된 남편이 이혼서류까지 내밀었지만 한번 시작한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제가 믿었던 것은 오로지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꼭 해보겠다는 절절하고 간절한 열망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출처 : 머니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