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비 줄이고 마진율 높이는 B급지 창업 아이템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계속된 불황으로 창업 성공률이 낮아지면서 예비 창업자 선호 아이템도 달라지고 있다. 대출 비중을 늘려서라도 최신 유행 아이템, 대형 브랜드 창업으로 ‘대박’을 노리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투자 대비 효율이 좋은 ‘동네형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네형 아이템이란 1억원 정도 소자본으로 동네 B급 입지에 위치해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업종을 말한다. 전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고정비가 적어 마진율이 높은 아이템이다.
판매 채널 다양화할 수 있는 간식아이템
간식은 롱런 아이템 중 하나다. 대부분 저가로 가격 저항이 크지 않고,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5평 미만 점포서 1인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
노점 수준에 머물렀던 간식아이템은 최근 2~3년간 프랜차이즈화되며 다양한 창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토스트전문점을 시작으로 활성화된 간식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창업이 쉽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입지, 메뉴, 서비스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없다. 또 토스트전문점, 만두전문점처럼 번화가에 입지해야 하는 업종은 아무리 4~5평 규모라도 권리금, 임대료 등 고정비가 높아 간식 매출 규모로는 마진을 높이기가 힘들다. 식사대용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2년 전부터 활성화된 테이크아웃 꼬치구이전문점은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서울 북가좌동에서 닭꼬치구이전문점 ‘꼬지필’을 운영하는 박혜옥씨(45)는 같은 자리에서 2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이 언덕 위에 있는데다 소위 ‘닫힌 상권’으로 유동인구가 거의 없지만 인근 주택가 고객을 상대로 하절기 평균 월매출 2000만원, 순이익 800만원을 올리고 있다.
박씨가 객단가 1200원짜리 닭꼬치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던 데는 고객층에 맞춘 적절한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 거주민 대부분이 40대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라 아이들 간식거리는 물론 퇴근길 안주 메뉴로도 꼬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 지난해 월드컵 시즌을 기점으로는 아예 휴게음식점에서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해 생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하루에 판매된 생맥주 양만 기본 3통(1통 당 2만cc). 생맥주 판매량이 늘어나자 크리스피 윙, 허브훈제 등 아예 안주 대용으로도 판매할 수 있는 신메뉴를 추가해 매출 폭을 늘렸다.
박씨는 “안주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한 번에 꼬치를 3개 이상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메뉴가가 4000~5000원 대인 허브훈제 메뉴 등도 판매가 잘 돼 전반적인 매출 규모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마니아층 있는 전문점형 메뉴
곱창, 순대, 족발 등은 마니아층이 있는 메뉴다. 별식은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 메뉴 경쟁력이 있다면 경기에 상관없이 높은 매출을 올린다. 메뉴를 중심으로 한 ‘전문점’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현재는 동네마다 독립점포 형태로 맛집이 포진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정 수요층은 있지만 아직까지 프랜차이즈화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상권을 선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곱창전문점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업종은 아니다. 곱창은 사입이 쉽지만 막창은 돼지 한 마리를 사야 얻을 수 있는 부위라 원료를 개인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숙성 노하우가 없으면 맛을 제대로 낼 수 없으므로 초보 창업자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족발과 순대 역시 지역 맛집이 프랜차이즈화 된 경우가 많으므로 제대로 된 브랜드를 고른다면 경쟁력 있는 맛과 시스템을 전수받을 수 있다.
올해로 영업 3년째를 맞은 ‘숲풀림곱창’ 정혜임씨(44)는 7500만원으로 서울 증산동에 12평 매장을 오픈해 현재 매달 18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택가 이면도로에 위치해 임대료가 매우 낮고, 부부 둘에 직원 하나면 충분히 운영 가능해 마진율은 40%를 상회한다.
2인 기준 테이블 객단가는 1만5000~2만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일주일에 1~2회, 많게는 4회 이상 오는 단골 고객이 대부분이라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정씨 점포는 오픈 3년째 월 평균 매출을 60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곱창전문점은 매장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 항상 고객이 몰려드는 메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 규모가 작다보니 부부 둘이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일반 한식집과 달리 곱창 외에 깍두기, 양파, 상추만 제공하면 돼 찬모도 따로 필요 없다.
정씨는 “곱창은 고객이 찾아와서 먹는 메뉴라 입지 조건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입소문만 나면 어디서든 찾아서 온다. 부부 둘이 욕심 부리지 않고 운영하면 1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조언했다.
레드오션 업종 속 틈새 메뉴
돼지고기전문점은 치킨에 버금가는 대중적 업종이다. 창업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워낙 유행 주기가 짧아 업종전환이나 폐업율도 그만큼 높다. 삼겹살전문점은 특히 그 부침이 심하다. 2~3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저가형 삼겹살전문점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이 멈추다시피 했고, 숙성법, 첨가 메뉴, 조리법 등 시기별로 나오던 유행도 올해는 주춤하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삼겹살에 칼집을 넣어 굽는 브랜드 두어 곳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삼겹살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에 힘입어 틈새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 ‘특수부위전문점’이다. 특수부위전문점은 돼지 콧살이나 갈매기살, 목덜미살 등 특화된 메뉴를 판매하는 구이전문점이다. 예전부터 독립점포 형태로 운영돼왔지만, 최근 프랜차이즈화가 이뤄지며 매장 분위기와 메뉴가 업그레이드 돼 20대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수부위전문점의 가장 큰 장점은 돼지고기에 대한 고객 선호도를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삼겹살처럼 유행이나 경기흐름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균 6000원 선으로 삼겹살보다 낮은 가격대도 인기요인. 반짝 인기를 누리는 메뉴가 아니라 이전부터 꾸준한 수요가 있던 터라 시장성도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점주입장에서도 삼겹살보다 공급원가가 낮아 적정 마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서울 연신내에서 특수부위전문점 ‘놀란돼지’를 운영중인 현승열씨(38)는 “최근 비슷비슷한 삼겹살에 질린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며 “소규모 점포로 운영하는 만큼 주택가나 사무실 근처에 위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B급 소점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뉴 선정과 점주의 운영 능력”이라고 말한다. 번화가와 달리 상권이나 고객층에 변화가 크지 않아 꾸준히 판매될 수 있는 메뉴인가, 점주가 점포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매출 추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업권이 한정돼 있는 동네형 아이템 특성을 고려해 영업권 내 고객층의 성향과 소비 패턴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점포 운영 해법을 찾는 일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 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