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직접 참여로 흥행 성공, 업계 분위기 활성화에 기여
신메뉴 경연장..정보제공의 장으로 인기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창업의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다양한 창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독특한 창업 아이템과 접객 서비스, 매장 운영법 등이 발달해 있어 국내 창업자들이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곳이다. 특히 지속된 불황으로 경기가 위축된 현재,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을 극복해온 일본 창업 시장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데일리는 앞으로 '일본 창업시장 따라잡기' 기획을 통해 그 노하우에 다가선다. {편집자 註}
최근 일본은 다양한 경연대회로 가라앉은 업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애쓰고 있다. 대대적으로 큰 규모의 대회를 개최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것. 몇몇 대회는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대회 기간에 맞춰 벤치마킹 여행을 떠나는 업계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연대회는 크게 메뉴, 서비스 등 세부 항목별로 치러지거나 아예 한 업종의 최고 점포를 뽑는 형태로 치러진다.
‘이자카야 코시엔 경연대회'는 일본 최고의 선술집을 뽑는 대회다. 올해도 지난 3월 대회 2회째를 맞아 전국 740여개 점포가 참가했다. 이 대회는 일본 전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열별 상위 2개 점포, 총 6개 선술집이 결승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본선에 오르는 점포는 미스터리 쇼퍼가 3개월 동안 서비스, 메뉴, 매장 청결 등 항목별로 매긴 점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회 당일 점포 활동은 찍은 영상과 대회장에서 점포별로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 시연하는 서비스를 보고 관람객이 직접 투표해 우승 점포를 결정한다.
이자카야 코시엔 경연대회를 주최하는 '이자카야 코시엔' 오시마 케스케 이사장은 “대회 출전을 목표로 현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미스터리 쇼퍼 활동으로 점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게 돼 향후 1등 점포로 발전해나가는 데 의의가 있다”며 “대회서 1등 점포로 뽑히는 것보다 그간 잊고 있던 열의와 점포 운영의 즐거움을 깨닫는데서 더 큰 보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카야 코시엔은 시행 2년 만에 흥행에도 성공해 5000명 이상의 관객이 입장하는 등 선술집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고 메뉴를 뽑는 ‘메뉴 그랑프리 대회’는 올해 13회째를 맞은 장수 경연대회다. 매년 600점 이상의 새로운 메뉴가 출품되는데다 출품 시 제 3자가 배울 수 있도록 조리법을 반드시 제공하도록 돼 있어 신 메뉴 구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12월에 조리시연과 품평회를 거쳐 8개 작품을 선정하며, 이듬해 3월 중순에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에 출품된 작품은 매년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널리 홍보되고 상세 조리법이 제공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 제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고속도로 요리 콘테스트’도 열렸다. 고속도로 관리사업을 하고 있는 ‘NEXCO동일본’이 기획한 이 대회는 현재 850엔(약 6800원)인 객단가를 올리고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고속도로 음식점이라는 특성을 살려, 동경 인근 4곳 50개점을 대상으로 지역색을 살린 1500엔(약 1만2000원) 이하 메뉴를 모집해 예선을 실시했다. 결승에 진출한 10개 메뉴는 심사위원 평가로 순위를 결정하고, 대회 이후에는 각 메뉴를 개발한 지역에서 실제로 판매한다. NEXCO동일본 측은 “대회 개최로 인한 홍보효과와 신 메뉴 투입으로 고객 수가 약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뉴 뿐 아니라 서비스 관련 경연대회도 열리고 있다. ‘S1 접객 그랑프리 대회’는 음식점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모인 ‘번성점으로의 길’이라는 단체가 기획, 운영하는 대회다.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지 않은 음식점 종업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몸놀림이나 표정, 멘트 등 다양한 평가기준에 따라 일본 최고의 프로 접객자를 선발한다.
참가자는 서비스 테스트와 필기시험을 거쳐 상위 5명이 결승에 진출하고, 결승전에서는 이자카야 코시엔과 마찬가지로 대회장에서 직접 서비스 시범을 보여 심사위원과 관객 투표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일본 경연대회는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지는 보여주기식 전시회가 아니라 대회 당일 직접 시연을 하고 참관객 투표로 1위를 결정하는 방식을 내세워 일반 관객들의 참가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대회 관계자들도 경연대회를 통해 업계 내외부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참가자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시회 개념의 창업 박람회 정도가 업계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브랜드 간 알력싸움으로 박람회별로 참가업체가 나뉘고, 무분별한 시식행사로 창업 정보 제공이라는 본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국내 창업 시장에서 경연대회를 축제화하고 이를 불황 극복 계기로 삼는 일본 창업 시장의 움직임은 벤치마킹할 만 하다. 국내 창업 관계자들에게도 업계 내부의 결속력을 다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일 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자료협조 :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부
출처 : 이데일리 |